“수압이 약해 안 나와요. 빨래는 몬하제, 쌀이나 씻고…. 여기 들어온 지 38년 됐는데 처음이래요. 딸내미가 지금 어린이집에 다녀요. 저녁에 씻고 들어와요, 물 긷는거 힘들다고…. 물 때문에 곤란해요. 물 안 나온 지 한 달 됐어요.”
지난 2월10일 오후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에서 만난 김명자(59)씨는 현재 태백시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겪는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수돗물이 한 달 정도 나오지 않자 주민들의 생활은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목욕이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못하고, 세탁기 사용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침 6시부터 1시간씩 이뤄지는 수돗물 공급 시간에 맞춰 물을 받고 세수하고 머리를 감기 위해서는 새벽 5시께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 집집마다 욕조와 플라스틱 통에 물을 받느라 새벽부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용변은 모든 식구가 다 본 뒤 한꺼번에 물을 붓고 있다. 전시 난민촌을 방불케 한다. 갓난아기를 비롯한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매일 목욕시킬 물이 없는데다 제한급수로 인해 난방마저 안 돼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이나 친척집으로 ‘피난’을 가고 있다.
태백시에 있는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공원은 이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형 급수차들이 연못에서 솟아나오는 하루 2천t의 물을 수시로 퍼다 정수장으로 나르고 있다.
개학을 맞는 학교들의 걱정은 더 크다. 제한급수 탓에 급식은 빵으로 바꿔야 하고, 화장실 사용도 불편해 정상 수업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태백 시내 음식점들도 죽을 맛이다. 물이 부족해 설거지가 필요 없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최효석씨는 급수차에서 물을 받으며 말했다. “이 물통이 3만5천~4만원 하는데 지금은 8만~9만원 해요. 배라니까, 배. 골짜기 같은 곳은 물이 안 나오잖아요. 급수 때 조금씩 나온단 말여. 물을 받아놓고 싶어도, 먹고살기도 힘든 노인네들이 통값이 비싸 물도 못 받아 먹어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물관리를 담당하는 곳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태백권 상수원인 광동댐의 저수율은 27% 수준이다. 이 상태로 가면 30일 뒤에는 앞으로 대책이 전무한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가뭄으로 강원 태백시와 정선군 등 강원 남부 4개 시·군 지역 주민 6만5천여 명이 수돗물 제한급수로 ‘난민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태백시 8개 지역 1650가구 3250명은 아예 급수가 완전 중단된 상태다.
태백=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전광훈이 이끄는 극우 정당, 국힘 하기에 달렸다
도올 “윤석열 계엄에 감사하다” 말한 까닭은
휴일 없이 하루 15시간씩, 내 살을 뜯어먹으며 일했다 [.txt]
윤석열 지지자들, 구치소 앞 ‘떡국 세배’…이준석 “제사상 같아”
멕시코·캐나다 공장 어쩌나…트럼프 관세 폭탄에 글로벌 기업 당혹
내란을 일으키려다 사형당하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계엄령=계몽령”…음모론 이어 또 망언
마은혁 불임명 위헌여부 판단, 핵심증인 신문…윤 탄핵 재판 분수령
문재인 “책 안 읽는 대통령…반국가세력 망상에 허우적”
“박근혜보다 죄 큰데 윤석열 탄핵될지 더 불안…그러나”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