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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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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아주 천천히

등록 2008-07-18 00:00 수정 2020-05-03 04:25

대원·경기고속 버스기사들이 추천한 전국의 아름다운 길 5곳

▣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버스에 승객을 태우고 우리나라 곳곳을 다닌 대원·경기고속 버스기사들이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추천했다. 방방곡곡을 누빈 사람들이어서 추천하는 곳도 다양했다. 베테랑 운전 솜씨 못지않은 심미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추천한 아름다운 길 중에 다섯 곳을 가봤다.

■ 경남 함양 지안재 - 뱀이 휘감듯 구부러진 자태가 아름다운 길

88고속도로 지리산IC에서 지리산 오도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도재 초입 마을 언덕 뒤로 지그재그로 칼질을 해놓은 듯한 도로가 보인다. 가파른 꼬부랑길을 삐질거리며 오르는 차량의 모습도 이색적인 풍경인데다, 야간에 차량 불빛을 찍은 사진은 뱀이 휘감아 오르는 듯한 자태가 아름다워 전국에서 많은 사진 동호회원들이 몰리는 곳이다.

■ 전남 담양 삼지내 돌담길 - 시간도 공간도 멈춰버린 슬로시티

못해도 100년은 됐음직한 돌담길이 길게 이어진다. 흙과 돌로만 만든 담장이 정겨움을 더한다. 이 마을 골목길 굽이굽이 3600m가 국가 지정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놓은 담장 사이에선 세월도 멈춰선 듯하다. 삼지내 마을은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 충북 진천 농다리 - 천년 세월을 물길과 함께한 비늘 모양의 돌다리

미호천의 상류인 세금천에 물고기의 비늘 모양으로 만든 다리가 농다리다. 고려 무신정권 때 축조한 것으로 추측된다. 석회도 바르지 않고 자연석을 쌓아 만들었는데도 어찌나 견고한지 원래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천년을 버텼다. 다리 건너 정자에 올라가 바라보면 다리가 마치 지네를 닮아 일명 ‘지네다리’라고도 한다.

■ 전북 완주 송광사 진입로 - 벚나무 터널 끝에 보이는 부처의 세계

송광사라면 으레 순천의 송광사만 떠올리게 되는데 완주의 송광사도 그에 못지않다. 진입로에 들어서면 빽빽한 벚나무 터널이 있다. 물론, 봄이 되면 그 화려함이 말할 나위 없이 아름답겠지만 벚나무 잎이 무성하게 하늘을 덮은 가운데 중간중간 희끗희끗 비치는 태양빛은 여름철에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특히 터널 끝, 심한 노출 차이로 인한 몽롱한 빛의 산란이 부처의 오묘한 가르침을 보는 듯하다.

■ 강원 삼척 새천년도로 - 영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바닷가 도로

강원 삼척항에서 삼척해수욕장까지 3.9km의 해안선을 따라 지난 2000년 새로운 천년의 소망을 담아 개통한 도로로, 해안의 절경과 각종 조각 작품들이 어우러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자주 이용됐던 곳이다. 특히 배용준과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에 나와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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