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전자상가에 버스터미널·택배업까지 독보적인 그 곳, 전남 해남군 북평면 ‘영전백화점’의 하루
▣ 해남=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전남 해남군 북평면 영전리. 한반도의 맨 끝 땅끝마을 입구에 김병채(61)씨가 운영하는 백화점이 있다. 슈퍼마켓, 전자상가, 공업사, 다방, 버스터미널, 택배업까지 땅끝마을의 종합 쇼핑몰인 ‘영전백화점’. 도심의 여느 백화점에 견주면 볼품없고 초라하지만 기능은 그에 못지않다. 과자와 장난감은 물론 식품, 신발, 의류, 장갑 등 생필품에서부터 호미, 낫, 리어카 바퀴, 각종 벨트, 호스, 농약 등 농기구와 기계 부품, 카세트, 전기밥솥, 리모컨, 믹서기 등 생활가전 제품에 이르기까지 정말이지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다. 여기에 오고 가는 사람들이 쉬는 휴게실, 버스가 드나드는 터미널, 자판기 커피와 함께 맘껏 수다를 떠는 다방의 기능까지 더해져 이 마을 주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종합 쇼핑몰이다.
김씨는 단순히 있는 물건만 파는 게 아니다. 시골 노인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물건을 구해주기도 한다. 거기다 전기도 고치고 간단한 농기구 수리까지 직접 하니 김씨는 ‘땅끝마을의 맥가이버’인 셈이다.
뭐든지 다 있는 가게라 고객층도 상당히 넓다. 인근 갈두리에서부터 완도 초입의 남창리까지 10개 마을 주민들부터 멀리 백일도나 화도의 섬마을 사람들까지 찾아온다. 인근 남창리 등 비교적 큰 지역에 마트가 있긴 하지만, 한곳에서 모든 것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소소한 걸 사기 위해 일부러 멀리까지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주민들은 김씨의 백화점을 이용한다.
보통 아침 6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쯤에 닫지만 이마저도 정해진 건 아니다. 주민들이 아무 때나 문을 두드리면 영업을 해야 한다. 요즘엔 나이 많은 노인들을 위한 택배 서비스도 하는데, 김 수확이 한창인 계절엔 택배 주문이 밀린다고 한다.
“요것 좀 서울 둘째놈한테 배달해주시오.”
주소도 알려주지 않는다. 요금도 주지 않는다. 그냥 밭에 일하러 가던 아낙네가 김 한 상자 던져주고 가면 그만이다. 항상 그렇듯 김씨는 동네 주민들의 택배 목적지 주소가 빽빽이 적힌 공책을 열어보곤 이내 포장을 한다. 그 와중에 주민들이 하나둘 몰려든다. 저마다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씩을 뽑아들곤 가게 안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포장을 마친 김씨도 이야기에 끼어든다. 땅끝마을 종합 쇼핑몰의 하루는 그렇게 바쁘면서도 한가롭게 지나간다.
△ 장화와 운동화, 구두, 아이스크림, 빵.
△ 이곳을 지나가는 화물차 운전자에게 커피를 배달하는 김씨.
△ 마을 입구에 있는 영전백화점.
△ 버스 정류장이기도 한 김씨의 가게엔 차 시간표도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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