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40년간 필름 카메라만 수리해온 손한경씨, 대를 이어 카메라 들고 오는 손님들</font>
▣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디지털 카메라(디카)에 밀려 사라질 줄 알았던 필름 카메라(필카)가 온라인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필카 마니아층이 두껍게 형성돼 있다. 흔히 ‘손맛’이라고 일컫는 셔터감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감 때문. 사진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카와 달리 결과물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기록이라면, 필름 카메라는 기억입니다. 느림과 기다림의 맛.” 필카를 들고 사진 작업에 나선 마니아 이지훈씨의 말이다.
이런 필카 마니아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40년 넘게 필카만을 수리해온 손한경(57)씨. 마니아들에겐 아내, 또는 남편 같은 존재이다.
손씨가 운영하는 수리점의 주 고객은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젊은이들 사이에서 필름카메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번 고친 카메라는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손씨. 한번은 많이 본 듯한 물건이 들어왔기에 물었더니 ‘대를 물린 것’이었다면서 “카메라와 함께 고객도 대를 물렸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필카는 하루가 다르게 새 기종이 출시되는 디카와 달리 옛날에 나왔던 중고 제품이 돌고 돈다. 대부분 10~20년 동안 장롱 속에 숨겨져 있었기에 상태가 나쁜 경우가 많다. 필카 마니아들이 늘고, 장롱 속의 카메라가 세상 밖으로 나들이하는 일이 잦아질수록 손씨의 손길도 바빠진다.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한다.
요즈음 필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종은 올림푸스 PEN EE-3이다. 수리하러 오는 사람도 많고, 중고를 구하는 사람도 많다. 24장짜리 필름으로 48장을 찍을 수 있고 노출과 거리를 맞출 필요도 없어, 수학여행 때 동네 사진관에서 빌려가던 가난한 시대의 싸구려 카메라가 필카 마니아들 사이에서 명품 카메라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예지동 카메라 골목 ‘보고사’의 주인 손씨는 뿌연 전기 스탠드 불빛 아래서 손 감각만으로 카메라를 고친다. 손씨는 “요즘 카메라 수리는 대부분 부품을 교체하는 것뿐”이라며 “고칠 줄 모른다니까”를 연발하면서도 눈길을 손끝에서 한시도 떼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은 3%의 진실
▶대입 막판 초치기, 돌아버린 돈돈돈!
▶그렇게 싫다더니 광고는 다 따라하네
▶옛날엔 한국이 일본에 주기만 했다고?
▶왜 ‘경제’에 표를 던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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