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금성산 자락의 한옥 찻집에 들어서서 자연이 기른 차를 마시다
▣ 나주=사진· 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조촐한 낡은 나무 대문과 흙 돌담이 정겹다. 망설이다 열려진 대문으로 들어가면 마당 텃밭에서 손을 털며 나오는 주인장이 인사하며 손수 기른 우리 차를 내놓는다. 전남 나주 금성산 자락의 다보사로 올라가는 초입에 있는 ‘금성명다원’. 외지인이라야 이곳을 알고 어쩌다 오는 등산객들뿐이지만 큰 당산나무 네 그루 사이에서 조그만 한옥 하나가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다. 갑자기 만들거나 애써 모양내지 않은 40여 년 된 한옥이지만 크게 손대지 않았어도 전에 살던 할아버지의 깔끔함이 구석구석 스며 있어서인지 정갈함이 묻어난다.
이곳은 주인장 송영건(44)씨가 금성산 자락에 내맡겨둔 채 자연이 기르는 우리 차를 오가는 이들과 함께 맛보려고 만든 찻집이다.
1995년 광주 시내에서 잘나가던 증권회사를 ‘원하던 삶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관두고 이곳으로 이사온 송씨가 본격적으로 차를 만들기 시작한 지는 9년째.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부터 비로소 ‘금성명차’라는 이름으로 차를 내놓았다. 아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제법 주문도 들어오지만 그는 이것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않아 필요 이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사람이 차를 마시는 것은 그곳의 자연을 마시는 것과 같아요. 차 맛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으니까 하는 일이죠. 돈을 생각하면 그 재미가 없잖아요.”
힘들게 만든 차를 내놓으면서도 불필요한 격조로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저 맘 편하게 마시면서 한가로움을 즐기다 가면 그만이란다. 정갈한 시골집에서 차의 향기에 잠시 평온함을 찾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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