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고문 자행하고 아편 불러들인 무자헤딘 사령관들의 ‘승전 기념일’
▣ 카불·낭가르하르·페샤와르=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소련 점령보다 괴로웠고, 탈레반 통치보다 잔인했다.”
1992년 4월28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무력으로 입성한 무자헤딘은 더 이상 대소 항쟁의 해방군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4년 반 동안 종파와 인종으로 갈린 무장 권력투쟁을 벌여 카불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팡파르가 울려퍼지고, 군 퍼레이드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날은 무자헤딘 승전 기념일이다. 납치, 강간, 절도 그리고 머리에 못을 박는 끔찍한 고문을 자행하던 사령관들을 기억하는 카불 시민들에게 이날은 ‘블랙 홀리데이’다.

전범재판에 세워도 시원찮은 그들은 ‘민주화된’ 아프간에서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장관이고, 국회의원이고, 지역 군벌들이다.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전범 기록을 꺼내들 때면 ‘대소 항쟁’을 들이대며 입 닥치라고 협박하는 ‘성스러운 전사’들이다. 사령관들의 컴백.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게 다시 아편을 불러들였다. 국제사회가 퍼부어댄 돈이 사령관들의 주머니와 배를 채우는 사이, 그때나 지금이나 배고픈 농민들은 아편 재배로 몰리고 있다. ‘아편 박멸’ 작업으로 이따금 쑥대밭이 되기도 하지만 아편이 박멸될 것 같진 않다. 가난한 밭을 ‘골라’ 박멸하고, 사령관들의 밥줄은 건드리지 않는 게 단속반의 비공식 규율이기 때문이다. 사령관들을 권좌에 다시 불러들인 ‘해방전쟁’ 5년 반. 그 전쟁이 낳은 사생아 ‘아프간 마약대국’은 이제 곧 여섯 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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