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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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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두세요, 어울려 살던 우포늪을

등록 2007-05-04 00:00 수정 2020-05-03 04:24

내년 가을 람사총회 열리는 생태계보전지역 우포늪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한숨

▣창녕=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우포늪에 가면 탄성이 절로 난다. 늪에 뿌리를 내린 나무와 여러 생명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은 원시의 자연을 연상시킨다. 요즘 이곳의 풍경은 좀 쓸쓸하다. 겨우내 북적이던 철새들이 멀리 북쪽으로 떠나버리고 난 자리에는 왜가리 한두 마리가 고요한 몸놀림을 보일 뿐이다.

이곳에서 내년 가을 람사총회가 열린다. 하지만 이곳 주민은 시큰둥할 뿐. 1997년 우포늪이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뒤 농·어업 활동의 규제로 불편한 점만 늘어나고 뚜렷한 지원책은 없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보호지역이라고 받은 것 없이, 하지 말란 것만 늘었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관계기관도 우포늪을 보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 중 가장 중요한 게 지역 주민들임을 잘 알고 있다. 창령군청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에 대한 특별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포늪에서 나는 붕어, 메기 등은 맛이 좋고 깨끗해 전국 각지로 팔려간다. 이곳에서 어로 행위를 하는 어민은 모두 11명이다. 예전엔 누구나 우포늪에서 어로 행위를 할 수 있었지만 2000년 내수면 어업법에 따라 허가제로 바뀐 탓이다. 정부는 우포늪 지역에 대해 5년간 어업권을 허가한 뒤 2005년부터 어로 방법 등을 엄격히 규정하는 제한어업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5년 더 연장됐다. 어민들은 3년 뒤 도입될 수밖에 없는 제한어업을 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포늪을 찾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자연과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우포늪은 이런저런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내방객 편의시설 설치 등으로 인한 주변의 개발도 만만치 않은 걱정거리다. 생물 다양성 확보 등 습지 생태계의 보전에 대해 지혜를 모으기 위해서 열리는 람사총회. 세계의 환경운동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우포늪을 잘 보존하는 방법은 ‘그냥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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