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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종소리, 복서가 될 시간

등록 2007-02-03 00:00 수정 2020-05-03 04:24

저마다 다른 꿈 안고 뜨거운 호흡 내뱉으며 권투 체육관에 모여든 사람들…체력 키우고픈 학생·살 빼고픈 아줌마·챔피언 꿈꾸는 선수 다같이 원,투!

▣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땡.”

시합을 알리는 종소리가 일정한 시간마다 들린다. 권투 체육관이라 효과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무슨 규칙이 있는 듯 보였다. 첫 소리가 나고 나면 3분 뒤에 나고 또 30초 뒤에 난다. 실제 시합과 같은 시간의 흐름대로 종소리가 나며, 모든 권투 체육관이 다 그렇다고 체육관 코치가 설명해준다. 그 종소리에 따라 살을 빼려는 아줌마도, 챔피언을 꿈꾸는 선수도 호흡이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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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인 수민이는 매일 아빠를 따라 체육관에 온다. 수민이의 아빠 이동윤씨는 중부대 경찰경호학과 교수다. 아빠가 섀도복싱을 하고 스파링을 하고 샌드백을 치는 동안 수민이는 내내 줄넘기를 한다. 줄넘기 솜씨가 상당하다. 아빠가 마무리 운동으로 줄넘기를 시작하자 날름 옆으로 가 같이 하지만 1시간 넘게 줄넘기만 한 수민이는 이내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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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23일 권투 신인왕전 예선. 이재평 선수는 1년 만에 해보는 시합이다. 공식 시합이 거의 없어 신인왕전이나 열려야 공식 시합을 할 수 있다. 선수도 많지 않아 이날 이재평 선수의 상대는 1년 전 그 선수다. 지난해에는 KO로 이겼지만 이날은 KO패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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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네에 사는 친척 사이라는 여명진, 윤은숙 주부. 수영, 에어로빅 등을 해봤지만 권투만큼 재미있는 운동은 없다고 말한다. 샌드백을 두드리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줄넘기에 지방이 쫙쫙 빠지고 건강 다이어트에 이만한 운동이 없단다.

△ 중학교 2학년 정민이는 권투를 시작한 지 4개월이 됐다. 학교 아이들이 괴롭히는 게 싫어서였다. 그 아이들과 주먹다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문제가 없다. 체육관의 터프한 분위기 속에서 권투를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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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매가 매서운 22살의 손수현씨. 원래 유도 선수였던 그는 무턱대고 체육관을 찾아 선수를 하고 싶다며 권투를 시작했다. 아마추어 성적이 좋아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했지만 프로 진출을 위해 휴학 중이다. 프로 테스트는 1회 KO승으로 통과했지만 아직 데뷔전은 치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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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이와 훈열이는 사촌이다. 이들은 한눈에도 운동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엄마는 방 안에 틀어박혀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끌고 체육관에 등록했다. 체육관에 온 첫날 팔굽혀펴기를 다섯 개도 제대로 못했다. 어머니는 관장에게 “강하게 부탁합니다”라는 한마디만 했다. 한 달 남짓, “팔굽혀펴기 30개! 다음은 윗몸일으키기 50개!” 어느새 둘은 코치의 주문을 척척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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