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새벽을 달리는 전남 나주 세트장의 사극 드라마 엑스트라들 … 군대 훈련보다 힘든 전투신 촬영… 생계형 출연자 2천여명이나</font>
▣ 이명국 한겨레21 인턴기자 chul@hani.co.kr
새벽 2시, 서울 여의도 방송사 주차장 앞이 80여 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른 새벽부터 모여든 사람들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한 사극 드라마의 보조출연진들이다. 이름하여 ‘엑스트라’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관광버스 앞에서 팀장의 인원 체크가 끝나자 차에 올라 좁은 버스 의자에 기대어 바로 잠에 든다. 아침 8시부터 촬영이 시작되지만 전라남도 나주의 세트장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출발해야 한다.
보조출연진들은 대학생부터 중년의 나이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사극 드라마는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영화와 달리 고정적으로 출연할 수 있고 촬영도 자주 있기 때문에 방학 동안 색다른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시작한 학생들이 많다.
전역 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는 황민선(24)씨는 “땡볕에서 병사 갑옷을 입고 뛰어야 하는 전투신 촬영은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보다 힘드네요”라며 일에 비해 일당이 적어 그만두려 한다.
보조출연 ‘일당’은 12시간에 3만6천원이 기본이며 관행상 이동이 잦은 사극 드라마의 경우, 이동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구제금융 사태 직후의 보조출연료와 별 차이가 없다. 어느새 많은 보조출연 업체가 생겨나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생계형’ 보조출연자는 2천여 명. 매달 정기적으로 일거리가 있다는 보장이 없어 힘들다고 한다.
이날도 새벽 1시께야 촬영이 끝났다. 내일 아침에는 다른 지역에서 촬영이 있어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간다면 하루를 쉬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갑옷을 벗어도 여전히 무거운 몸으로 차에 올라 오늘도 좁은 버스 의자에 기대어 바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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