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천국만화’에서 잠자고 빨래하고 라면을 먹는 사람들… 80년대 중반까지 많았던 만화가게도 대여섯 집만 남아 명맥 유지
▣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글·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19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안고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청계천 주변에 ‘하꼬방’을 지었고, 서울 근교 야산에 무허가 건물 숲을 일궈냈으며, 급격한 도시화가 이뤄진 강남 곳곳 자투리땅에 비닐하우스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청계천에는 새 생명이 흐르고, 산동네들은 초고층 아파트 숲으로 탈바꿈했는데, 비닐하우스촌들은 주변의 개발 붐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천국만화 주인 김동순(51)씨는 “욕심이 없어서 그런지 우리 식구들은 참 소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우연한 기회에 가게를 인수하게 됐다. 서울역 앞 만화가게에는 하꼬방과 판잣집과 비닐하우스촌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모여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천국만화는 2층에서는 만화를 보고, 3층에서는 잠을 자는 구조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은 만화방에서 잠을 자고, 빨래를 하고, 라면을 먹고, 일자리를 구했다. 김씨는 “심성이 고운 사람들과 같이 살다 보니 별로 고단한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역 앞에는 천국만화·경일만화·제일만화 등 24시간 동안 누워 뒹굴며 만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았지만 이젠 겨우 대여섯 집 남아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입장료는 3시간 기본에 2천원, 하루 종일 머무르려면 8천원이다.
서울역 앞 만화방들이 사라지고 나면, 이제 그들은 어디에서 고단한 영혼을 달랠 수 있을까. 해가 졌는데도 날은 계속 더웠고, 사람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1회당 평균 이용객 ‘0.98명’…이게 수도권 전철역이라고?

네타냐후 “이란, 이제 우라늄 농축할 수 없다”…조기 종전 시사

파병 외치는 국힘 의원들…안철수 “경제·안보 자산 확보 기회”

트럼프, 다카이치 압박 “일본의 이란 대응 역할 확대 믿는다”

순간, 눈 커진 다카이치…트럼프 “진주만 공습 왜 안 알렸냐”

이 대통령, ‘비자금 조성’ 주장 전한길에 “정말 한심하고 악질적”

장예찬 “늙은이 제정신?”…조갑제 “아버지 보고도 그러냐”

국힘 이정현 ‘대구 중진 컷오프’, 한동훈 보선 출마 차단용?

이란 공격받은 카타르 “한국 등에 LNG 공급 불가항력 선언 가능”
![트럼프 ‘검은 비가 내려와~’ [그림판] 트럼프 ‘검은 비가 내려와~’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6/0319/20260319503715.jpg)
트럼프 ‘검은 비가 내려와~’ [그림판]


![[단독] 급식실 ‘1억짜리 조리 로봇’ 수발드는 노동자들… “업무 더 늘어” [단독] 급식실 ‘1억짜리 조리 로봇’ 수발드는 노동자들… “업무 더 늘어”](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319/53_17738796643712_2026031950049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