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야구·볼링·당구 안녕, 우린 컬링이다!

등록 2006-04-27 00:00 수정 2020-05-03 04:24

2006 전국 컬링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대구 상인고 선수들
새벽훈련, 보충수업에 바빠도 빙판 닦으며 느끼는 박진감이 좋아

▣ 대구·의정부·서울 태능=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스윕~ 스윕~ 스윕, 업~ 업~, 스윕~ 스윕···.”

단단한 얼음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영하의 공간을 가득 채운다. 지난 4월19일 의정부 실내 빙상장에서 ‘2006 전국 컬링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대구 상인고 선수들이 성신여대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컬링은 빙판에서 42파운드(약 19kg)의 돌을 미끄러지게 해서 38야드(34.75m) 떨어진 목표 지점에 어떤 팀이 더 가까이 붙이느냐로 승부를 가르는 경기. 야구, 체스, 볼링, 당구를 혼합해놓은 듯한 박진감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일반인들에겐 경기 운영 규칙조차 낯설지만 이들은 하루빨리 쇼트트랙이나 스키처럼 컬링이 주목받는 종목이 되기를 원한다.

대구상인고등학교에 컬링팀이 창설된 것은 2003년 봄. 이들은 지리적 여건 등 때문에 대구실내빙상장 외엔 연습 장소가 마땅치 않아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밤 11시까지 훈련을 했다. 대구에서 훈련이 여의치 않을 때는 빙상장이 있는 부산으로 가거나, 새벽훈련을 할 때는 빙상장 로커룸에서 새우잠을 자는 등 뼈를 깎는 아픔으로 훈련에 열중했다.

덕분에 2003년 ‘회장배 전국컬링대회’에서 고등부 3위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대회 2·3위를 놓치지 않았고, 전국동계체전에서 2·3위를 차지하는 등 중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2월 ‘제4회 태백곰기 전국 컬링대회’에서는 열악하고 짧은 훈련을 거쳤음에도 창단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해 전국에 대구 컬링의 명성을 날렸다. 특히 일부 선수들은 대회기간을 제외하고는 수업에 빠지지 않고 일반 학생들과 같이 공부를 했고 보충학습과 야간자습까지 챙겼다.

류상락 감독은 “아직은 낯선 경기이지만 훈련 환경이 나아지고 있는 만큼 대구 출신 컬링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해 태극기를 올리는 날도 조만간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컬링 선수들도 땀을 흘리나?

빗자루처럼 생긴 브러시(브룸)를 들고 열심히 빙판을 닦는 선수(스위퍼)들도 당연히 땀을 흘린다. 대구상인고의 정연희(고3) 선수는 “스위퍼가 한 경기에 솔질하는 거리만을 따지면 약 33.5km에 이를 정도”라고 설명한다. 단, 20㎏의 스톤을 들지 않고 오직 굴리기만 하는 컬러는 땀을 흘릴 일이 없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