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세월을 두드리는 대장장이여

등록 2006-01-06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강원도 춘천에서 40년 동안 망치질을 한 박수연씨
그의 연장맛 아는 이웃, 20년이 된 낫 고치러 찾아온다
</font>

▣ 춘천=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IMAGE6%%]

박수연(68)씨는 쇠를 달구어 각종 연장을 만드는 대장장이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생존을 위해 두들기기 시작한 망치질이 어느덧 40년이란 세월을 넘겼다. 워낙 힘들고 고된 일이어서 박씨는 자신의 직업을 천하게 생각해왔다. 어디 가서 자랑스럽게 “난 대장간에서 일한다”라고 해본 적이 없다. 6년 전 같이 일하던 동생이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진 가끔 망치질을 도와주던 막내아들 박경환(38)씨가 이 일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런데 2005년 정부가 박씨를 대장간 기능전승자로 인정하면서 이 일에 뛰어든 아들을 후계자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천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전통을 계승한 장인임을 국가가 인정해준 것이다.

“사람들은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아버지는 평생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냥 실생활에서 쓰는, 사람의 손에 편하고 튼튼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혼을 다해 두드리시는 거죠.” 아직도 아버지의 담금질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있다는 아들 박경환씨의 말이다.

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춘천 시내에는 8개의 대장간이 성업 중이었지만, 대량으로 찍어내는 값싼 공장 물건들에 밀려 하나둘 문을 닫고 지금은 2곳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손님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이곳엔 박씨가 만든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온다. 때로는 만든 지 20년이 지난 낫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다. 박씨가 만든 연장이 손에 익은 사람은 그 맛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장간은 농사를 안 짓는 요즘이 가장 바쁘다. 박씨는 10여 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아침 8시면 어김없이 화로에 불을 지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칠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망치를 두드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IMAGE1%%]

[%%IMAGE2%%]

[%%IMAGE3%%]

[%%IMAGE4%%]

[%%IMAGE5%%]

[%%IMAGE7%%]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