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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을 자꾸 들여다보고 싶구나

등록 2005-12-02 00:00 수정 2020-05-03 04:24

예술가를 꿈꾸는 소년원생들의 안식처, 안산예술종합학교
면담과 축제, 수능의 일상 속에서 ‘관심’을 기다리는 아이들

▣ 안산=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아저씨, 모자이크 처리할 거면 찍지 마세요.” “여기 있으면 제일 속상할 때가 부모님이 면회를 오시지 않을 때예요. 밖에 있을 때는요, 진짜루 몰랐어요. 지금은요 때려도 좋으니까 나한테 관심이라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예술에 소질 있는 소년원생을 선발해 특기적성 교육을 하고 있는 보호소년 전문 교육기관 경기도 안산예술종합학교. 2002년 약물중독·정신장애에 걸린 청소년들을 돌보는 전문 치료기관으로 출발한 안산의료소년원은 지난해 3월 법무부에서 중·고 교과과정을 인가받고 문패를 바꿨다.

연극영화과 김현숙 선생님은 소녀들을 처음 만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가출을 해서 거리를 헤매다 길가는 여자를 때리고 위협해 돈을 빼앗은 아이. 중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3학년 오빠를 따라 집을 나온 아이. 그냥 술에 취해 잘 알지도 못하는 이가 자기 손등에 장미 문신을 새기도록 내버려뒀다는 아이. 그런데 이런저런 ‘나쁜 일’을 저질러 소년원에 오게 된 아이들의 눈빛이 이럴 수도 있는 걸까. 김현숙 선생님은 소녀들의 눈을 얼마나 오랫동안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눈빛들이 길거리에서 흔히 부딪쳤던 십대 아이들의 눈빛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거든요.”

아이들은 무조건 여기서 생활을 해야 한다. 면담만이 허용되는 이곳에서 외부인과 접촉할 기회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조금 달라질 예정이다. 법무부 보호국에서는 내년부터 소년원생들이 주말 동안 외출을 통해 가정학습, 체험학습 교육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사회 적응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2007년부터는 소년원을 기숙사형 대안학교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소년범에 대한 낙인 효과를 막기 위해 소년법상의 보호처분 확정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사 경력 자료에서 관련 기록이 삭제되도록 ‘형실효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다.


방황 대신 노래를 하고, 원망 대신 춤을 춘다.

지난 11월15일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 등 1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소년보호 교육기관 종합예술제 ‘2005 푸르미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안산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한 행사이다. 록밴드, 힙합댄스, 팬터마임, 연극 등 갖가지 공연이 열렸다.

긴 시간 동안 준비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아이들의 표정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숨겨진 끼를 발산하면서 불우한 경험에 대한 아픈 기억을 치유해간다. 건강한 웃음을 알게 된 아이들.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은 시작됐다.


△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 고봉정보통신중·고 학생들이 선보인 힙합댄스는 객석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 연극 공연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준비를 하고있는 아이들.

△ 2005 푸르미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는 빅 밴드.

△ 한 아이가 분장실에서 분장을 하고 있다.

△ 일과를 마치고 숙소인 생활관으로 들어가고 있는 아이들.

△ 빨래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고 있는 아이.

△ 2005년 현재 소년원생 한 명에게 지급되는 급식 단가는 하루 세끼 2600원으로 일반 중·고등학교의 한 끼 급식비 2500원과 비슷하다. 아이들의 건강권이 사각지대에 있다.

△ 사무실에서는 항상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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