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그녀는 오늘도 다이어트중

등록 2005-11-02 00:00 수정 2020-05-03 04:24

육체적·정신적 고통, 시간과 돈의 낭비를 전제해야 하는 게임
대학생 사진가가 ‘내게 너무 예쁜 그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다

▣ 사진·글 마아림/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여중, 여고에 이어 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민항씨. 대학 입학 뒤 한동안 슬림한 옷으로 몸매를 능숙하게 감춰내던 그. 여자들의 노출이 사계절의 경계를 무너뜨린 지난해 겨울, 고등학교 때부터 학업에 지장이 된다며 미뤄만 온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노라 선언했다.

“다들 그렇게 다짐하잖아. 대학생이 되면 살은 좀 빼야겠다고….”

늘씬한 여자 연예인들 사진이 붙어 있는 방 안, 다이어트 계획표가 놓인 책상에서 오늘도 그녀는 다이어트 일지에 칼로리를 계산하며 하루를 반성한다. 체중계 바늘이 흔들거리며 가리키는 숫자, 거울에 비친 뱃살에 어느새 그의 몸은 부끄러워지고 만다. 헬스, 테니스 등 격렬한 운동으로 살을 빼온 그의 마지막 선택은 요가. 아직은 스트레칭에 수건이 필요하고 기초적인 동작도 흔들거리지만 표정만은 진지하다.

“다이어트해서 예쁜 옷을 입고 싶어. 하긴, 날씬한 애들은 뭘 입어도 예쁘더라.”

본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다이어트 비법. 쇼윈도에 걸린 화려한 옷들을 보거나 친구들이 미리 선물해준 55 사이즈 옷을 매일 꺼내어 거울에 비춰본다. 라지 사이즈의 티셔츠, 몸매를 감추는 롱 코트는 지겹다. 아동복 크기의 기성복에 몸을 맞춰야 하는 시대에 예쁜 옷을 입고 싶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누구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행복함을 느낄 텐데 그 행복을 잃은 것이 슬펐어.”

생식이나 다른 음식 요법을 시도해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하던 그는 두부 다이어트를 꽤 오랫동안 해왔다. 두부, 김, 요구르트로 이루어진 식단에 간식은 생수. 그가 좋아하던 감자칩, 햄버거,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식욕에 대한 억제가 가장 힘들다는 그는 결국, 다이어트를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지나친 운동과 허기짐으로 무기력했던 그의 생활은 오히려 생기를 찾았지만 옷을 살 때마다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와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선입견은 여전하다.

“여자가 뚱뚱하면 자기관리도 못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보는 시선들이 싫어.”

내겐 너무 예쁜 그. 도대체 무엇이 그가 다이어트를 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예쁘고 몸매 좋은 여대생들? 그러한 여자들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 아니 그전에 끊임없이 여성들의 날씬한 몸매를 일반적인 아름다움으로 설정하며 대중에게 강요하는 미디어? 더 크게는 비정상적으로 팽창해나가는 뷰티 산업? 과연 연예인들처럼 예쁜 몸매를 태생적으로 타고난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과도한 소비, 그리고 시간의 낭비가 전제된다는 사실이다. 누구를 위한 다이어트인지, 다이어트의 끝은 어디인지, 그는 오늘도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사진은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개설된 <보도사진실습(담당교수 현준영)>을 수강한 마아림의 파이널프로젝트에 제출된 사진임.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