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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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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의 불빛이 되라 하네

등록 2005-10-14 00:00 수정 2020-05-03 04:24

100여개 등대 관리 담당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등대원 이정민씨…작은 목선 타고 저만치 서 있는 작고 아담한 선미도 등대로 향하는 나날

▣ 글·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이정민(38)씨는 등대원이다. 이씨는 인천 앞바다 유인등대 4기, 무인등대 31기를 포함해 100여개의 크고 작은 등대를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항로표지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등부표 수리, 등대 전구 교체 작업을 해온 지 12년째다.

지난 10월4일, 이씨는 작은 목선으로 옮겨타고 선미도 등대로 향했다. 저만치 작고 아담한 등대가 고요하게 서 있다. 해안에서 등대로 가는 길은 비탈길이다. 등대원들은 보급선이 해안가에 쌀자루와 연료 등을 내려놓으면 이를 짊어진 채 거친 숨소리를 내며 등대로 오른다. 그 언덕길에 토끼풀, 쑥부쟁이, 강아지풀이 찰랑이며 동행한다. 자꾸 쉬었다 가라며 갯바람에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얼굴을 닮았다.

어두운 밤바다를 안내하며 사는 사람들. 항해자의 눈이 되어주는 사람들. 기항지를 향하는 안전한 불빛, 희망의 불빛이 되어주는 사람들. 그렇게 외롭게 살면서 자연에 귀기울이고 자연과 호흡하는 사람들이 등대원이다.

현재 인천해양수산청 관내에 설치돼 있는 등부표와 충돌하고 도주하는 행위가 빈발해 인천해양수산청이 올해에만 보수비로 3억원을 지출했다.

50년대 석유등으로 불 밝혔던 등대는 현재 전기 등불을 밝히면서 20초에 한번씩 불빛을 깜박이고 있다. 깜박이는 불빛이 먼 해상에 가 닿는 거리는 자그마치 72km. 비가 오거나 안개가 짙으면 등대는 사이렌으로 신호음을 보내는데 전기폰으로 50초에 한번씩 5초 동안 길게 소리를 울려준다. 그 소리는 5km 해상의 모든 선박들에 들린다.

최근 3년간 10월에 발생한 해양사고는 평균 72건으로 월평균 해양사고 53건을 훨씬 넘는다. 특히 충돌, 좌초, 침몰 사고의 비중이 다른 달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연안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에게 잦은 조업으로 인한 졸음 운항에 주의할 것을 강조하고 출어 전에는 반드시 기관, 항해장비 등을 점검하고, 특히 항해 중 등화의 취명과 경계 철저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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