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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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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무덤에 묻힌 소나무의 비명

등록 2005-02-24 00:00 수정 2020-05-03 04:24

‘소나무 재선충병 긴급방제구역’ 경북 포항시 기계면 숲…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 포항=글·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북 포항시 기계면 소나무숲. 한때는 솔 향기가 가득했을 산자락이 거대한 무덤으로 변했다. 치료제가 없어 일단 병에 걸리면 베어내고 철저히 격리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재선충에 감염돼 불그죽죽하게 변해버린 소나무들은 가차없이 날카로운 톱날 아래 쓰러질 수밖에 없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생명의 정한 이치이겠지만, 이곳의 나무는 그 자연스런 죽음조차 맞을 수 없다. 잘린 나무는 방제약에 절여져 비닐에 꽁꽁 싸였다. 몸뚱아리를 잃은 밑동 역시 비닐로 덮여 하얀 봉분처럼 온산을 뒤덮고 있다. 소나무의 비명이 환청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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