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20년 넘게 연탄을 배달하고 있는 홍종록(70)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부쩍 추워진 날씨 탓에 연탄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올가을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11월16일, 근처 주택에서 주문한 연탄 500장의 배달을 마치고 저녁이 다 돼서야 가게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요즘엔 하루 200장에서 1천 장까지 배달하지. 한 장에 600원 하는데 나한테 떨어지는 건 170원 정도야. 돈 생각하면 못할 짓이지만 딱히 배운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저냥 하는 일이여.”
의류업부터 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홍씨는 상계동 꼭대기에서 44년째 살고 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들 하나, 딸 둘을 연탄 배달을 해 길렀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어지간한 집안 사정까지 다 아는 사이라고 한다.
“없이 사는 사람들은 많이 주문 못해. 그나마 좀 사는 사람들이라야 많이 주문하지. 그래도 이놈 한 장이면 하루 종일 따뜻하게 지내니까 없는 사람들한테는 없어서는 안 되지. 아, 그 비싼 기름을 어떻게 하루 종일 때나?”
과거 연탄이 주된 난방용 연료였던 시절엔 홍씨도 벌이가 좋았다고 한다.
“옛날엔 그래도 괜찮았어. 하루에 두 차(2천 장)까지도 배달해봤으니까. 그땐 오밤중까지 일했는데 지금처럼 차도 아니고 순전히 리어카에 싣고 배달했지만, 그래도 젊어선지 할 만했어. 그런데 언젠가부터 기름보일러로 싹 바뀌더만 통 손님이 없어서…. 요즘 기름값이 비싸지면서 그나마 주문이 좀 있어.”
홍씨는 지난 5월 연탄을 배달하다 발목이 리어카에 끼어 부러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두 차례 수술을 했지만 지금도 왼쪽 다리를 전다.
“세상에 못할 일이 이거야. 이거 오래 한 사람치고 골병 안 든 사람이 없어. 날 풀리면 다른 걸 해야 하는데 몸이 이렇게 고장났으니 누가 받아줄 리도 없고…. 이 짓도 길어야 3년 정도 하려나 싶은데.”
불편한 몸을 움직이면서 리어카에 연탄을 차곡차곡 쌓는 그의 몸이 물 먹은 솜처럼 처지고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늘어난 주문이 싫지 않다며 활짝 웃는다. 자기 몸의 에너지를 빼내 세상을 덥혀주는 연탄, 홍씨의 황혼기도 아궁이에서 마지막을 불사르는 하얀 연탄을 닮았다.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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