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조금 작아요. 2㎜만 크게 해줘요.” 묵직한 자루를 메고 공장으로 들어온 사람이 금속 부품을 내려놓는다. 작업 중이던 사장은 두고 가라고 한다. 잠시 뒤 다른 사람이 들어와 “여기서 이런 것 할 수 있어요?”라고 묻는다. 사장은 가능한 작업이 뭔지, 다른 작업은 어디를 가면 되는지 알려준다.
서울 청계천 공구거리의 공장과 상점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와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를 갖춘 곳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이 지역이 4차 산업의 장소적 기반이라고 말한다. 이런 청계천 공구거리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돼, 철거가 진행되자 폐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
신아주물은 청계천 공구거리를 60년간 지켜왔다. 김학률(오른쪽)씨는 세 번째 사장으로 15년 동안 신아주물을 운영했다. “청계천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아요. 서로 다른 업종들이 모여 제품을 완성하는 생태계를 이뤄, 하나가 무너지면 전부 말라 죽어요.” 김 사장이 주물틀에 쇳물을 붓는 중에도 공장 앞 골목에서는 철거반이 건너편 빈 가게의 자물쇠를 끊고 있었다. 이 지역 소상공인들은,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해제하고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전환해 진정한 도시재생을 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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