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은 29년간 열리지 않았다. ‘우편투표함’이란 글씨는 흐릿해졌다. 7월21일, 찌그러진 투표함이 긴 침묵을 깼다. 200여 명의 구속자를 만든 하나의 상자. 그 뚜껑이 열렸다.
제13대 대통령선거 투표가 진행된 1987년 12월16일. 서울 구로을 선거관리위원들이 4325명의 부재자투표가 담긴 투표함을 싣고 개표소로 향하려 했다. 부정선거를 의심한 시민들이 에워쌌다. 투표함 이송을 위한 참관인도 없었다. 선관위 사무실에선 다량의 투표용지, 붓두껍, 인주가 발견됐다. 학생과 시민들은 ‘투표함 바꿔치기’라며 사흘간 구로구청에서 부정선거 규탄 농성을 했다. 1천여 명이 연행된 ‘구로을 투표함 사건’이다. 선관위는 결국 이 투표함을 열지 않고 보관했다.
한국정치학회는 ‘1987년 민주화운동’ 3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선관위의 협조를 구해 이 투표함을 열었다. 개표 결과, 당시 여당이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전체 4325표 중 3133표(72.4%)를 얻었다. 87년 당시 노 후보가 얻은 부재자투표의 전국 평균 득표율은 60.4%였다. 선관위는 “당시엔 부재자투표함을 일반투표함 하나와 섞어 개표했다(혼합 개표 방식). 이번처럼 부재자투표함만 따로 개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29년 전, 투명한 민주주의를 요구한 시민의 열망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투표함의 잉크가 번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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