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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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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잠

등록 2014-12-06 15:53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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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진객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들이 11월27일 저녁 해가 떨어지자 충남 서산 천수만 간월호 모래섬에 내려앉고 있다. 삵이나 너구리 같은 천적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립된 지역을 잠자리로 좋아하는 흑두루미는 그동안 모래섬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천수만 주변 논에서 편치 않은 잠을 잤다. 간월호 주변의 바다 자원 보호 등을 위해 물을 가둬두고 있던 한국수자원공사는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의 항의를 받은 뒤 담수호 물을 빼 수위를 낮췄다. 흑두루미들은 월동을 위해 지난 10월22일 처음 이곳을 찾은 지 20여 일이 지나 잠자리를 다시 찾은 셈이다.

흑두루미들은 4대강 사업 이후 경북 구미 해평습지와 낙동강 하류의 모래톱이 사라져 낙동강을 따라가던 하늘길을 바꿔 최근엔 천수만과 전남 순천 쪽으로 날아오고 있다. 하지만 천수만에선 대규모 농로 공사를 위해 간척지가 무참히 파헤쳐지고 있고, 간월호 물 이용은 겨울철새에 대한 배려 없이 고기잡이와 농사만을 앞세우고 있다. 북쪽 시베리아와 몽골의 매서운 추위를 피해 날아온 흑두루미의 서해안 겨울 피난길도 험난하긴 마찬가지다.

서산=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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