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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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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3일

등록 2014-10-03 13:27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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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백두대간 허리에 위치한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에 커다란 상처가 생겼다. 해발고도 1천m가 넘는 산 한가운데 20~30m 넓이의 숲이 산줄기를 따라 벌목되고 있다. 몇십 년, 몇백 년을 이 산에서 살았는지 모르는 나무들은 나이테를 맨몸으로 드러내고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활강 종목을 위한 스키장을 짓기 위한 벌목이다. 경기는 3일 동안 열린다. 3일 경기를 위해 조선시대 500년 동안 국가산림보호구역으로 보호하고 2008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숲이 잔인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폐허로 변한 스키장 예정지 한가운데에 ‘이식 대상 수목’이라고 쓰인 푯말이 걸린 작은 전나무가 9월25일 간신히 숨을 붙이고 있다. 경기장 건설로 5만여 그루가 잘려나갈 예정이다. 강원도가 생태복원계획서를 통해 이식하겠다고 밝힌 나무는 단지 181그루다.

정선=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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