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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 그 아이의 눈망울처럼

등록 2012-05-15 18:14 수정 2020-05-03 04:26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발병한 악성 뇌종양으로 지난 7일 숨진 고 이윤정씨의 노제가 삼성본관 앞에서 열렸다./2012.5.10/한겨레레21박승화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발병한 악성 뇌종양으로 지난 7일 숨진 고 이윤정씨의 노제가 삼성본관 앞에서 열렸다./2012.5.10/한겨레레21박승화

지난 5월1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 앞에서 열린 이윤정씨의 장례식에서 6살 난 딸이 엄마의 영정을 안고 있다. 이윤정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충남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퇴사한 뒤 악성 뇌종양을 앓았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5월7일 저녁 8시, 두 아이를 남겨 두고 하늘로 떠났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이윤정씨는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암으로 사망한 32번째 노동자다. 1980년생인 이윤정씨는 1997년 삼성전자 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해 6년 동안 전자제품이 고온에 잘 견디는지를 실험하는 테스트 공정에서 일했다. 당시 그는 반도체 보드판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화학 증기와 유해 분진 등에 노출됐다. 2003년 봄 결혼을 앞두고 퇴사했다. 2005년과 2007년, 두 아이를 낳았다. 2010년 5월5일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2011년 2월 불허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이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냈다. 그로부터 1년간 재판은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반올림에 접수된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수는 160명이다. 그중 삼성 계열 공장의 피해 신고자 수는 140명이며, 이윤정씨는 55번째 사망 노동자다. 영정을 들고 선 이윤정씨 딸의 모습에서 1980년 광주에서 아버지 영정을 들었던 아이가 생각난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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