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귀한 손님이 들었다. 아기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려고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장·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와 함께 지난 5월2일 전북 고창 선운사를 찾은 수녀님들이다. 경내를 돌아본 수녀님들이 연등 아래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밝고 편안한 표정들이다.
이들은 제2555주년 부처님 오신 날(5월10일)을 맞아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의가 발표한 경축 메시지를 전하려고 선운사를 찾았다. “인간이 진리를 얻고자 노력하기에,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이 만나 각자 받은 은혜를 존중하며 서로 성장해가는 기회를 가진다”는 내용의 종교 간 화합과 협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귀한 선물을 받아든 선운사의 법만 주지스님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자”고 화답한 뒤 김 대주교와 함께 범종을 쳤다. 번뇌를 잊게 하고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잠시 편안하게 하는 종소리가 오래도록 은근하게 울려퍼졌다.
천주교와 불교가 힘을 모아 울리는 ‘박애’와 ‘자비’의 종소리였다.
고창=사진·글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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