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망각이다. 망각 덕분에 산다. 유권자들이 기억을 잃어버릴 때 그들은 되살아난다. 7월22일, 161인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죽였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양성과 자유로운 소통의 토양을 메말렸다.
기억은 약하지 않다
는 날치기 다음날 “미국 〈NBC방송〉에서 한국 국회의원들의 몸싸움 동영상을 자세히 보여줬다”며 “특히 한 야당 의원이 앞사람들의 어깨를 디딤돌 삼아 의장석을 향해 점프했다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남자 앵커는 웃음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일방적인 여당에 맞서는 야당의 필사적인 저항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도 같은 날 “한나라당에 ‘괴력’(怪力) 김성회가 떴다”는 기사를 썼다. 육군 대령 출신인 그가 한번에 민주당 의원 4~5명씩 메쳐 길을 뚫고 의장석을 막았다고 했다. 수적으로도 약세인 야당을 육체적으로도 초라하게 만들었다. 조롱이었다.
기억을 막기 위한 장치다. 기억할 필요 없는 에피소드로, 해프닝으로 만들기 위한. 기억은 힘이 약하다. 아니, 기억은 재구성된다. 미디어는 그 기억에 끊임없이 간섭해 새로운 상을 만든다. 그러니 기억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리에서의 분노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억하라. 그리고 행동하라. 가장 중요한 행동은 정치인들에게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투표를 통해.
사진 한겨레 자료·글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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