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도시 부산.
경찰은 해운대 앞바다로 흐르는 수영강 다리 앞에 집채만 한 컨테이너를 쌓았다. 11월18일 21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벡스코) 회의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APEC과 부시를 반대하는 시민 1만5천 명은 ‘현대’ 로고가 박힌 컨테이너 박스를 들고 옮기고 치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늦가을 해는 사위고 시위대는 지쳐갔다. 힘겨운 노동과 경찰과의 대치 끝에 주최 쪽은 저녁 6시30분 “벡스코 앞 집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쌀 개방은 안 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 오추옥씨의 영정도 끝내 수영강을 건너지 못했다.
이튿날 아시아 태평양의 정상들은 정상회의장 누리마루에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2020년까지 역내 무역자유화를 이룰 것임을 천명했다. 그 시간에도 컨테이너로 가로막혔던 수영강은 해운대 앞바다, 그러니까 태평양으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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