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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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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잠들다

등록 2005-05-24 00:00 수정 2020-05-03 04:24

▣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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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아니었다면 둘은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중학교 1학년 때 가출한 하진철(왼쪽·18·가명)군과 하군이 가출한 나이에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해 올해 대학을 마치고 귀국한 오형진(25)씨. 이 둘이 서울시립신림청소년쉼터가 개최한 ‘가출 거리생활 체험전’에서 마주쳤다. 5월19일 아침에 함께 거리를 나선 둘은 서점, 공원, 전시장 등을 전전하며 낮을 보냈다. 밤이 오자 둘은 하군이 예전에 밤을 보냈던 보라매 공원을 찾았다. 둘은 마주 앉아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하군은 말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버지와 연락도 끊겨서 돌아갈 길도 없구요. 솔직히 학교가서 공부도 하고 싶은데... ” 하군을 하루종일 지켜본 오씨는 말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있다면 얼마든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거 같아요. 비행과 탈선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은 사회의 몫입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사람은 새벽녁에 이곳에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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