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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행복마을] “어서 오셔유, 나무가 좋쥬?”

등록 2008-07-18 00:00 수정 2020-05-03 04:25

▣ 서천= 송인걸 한겨레 지역부분 기자 igsong@hani.co.kr

‘행복마을’(www.namdang.net)에 들어서니 ‘스윽 스윽~’ 잘자란 벼 잎들이 부대끼는 소리를 낸다. 소리나는 곳엔 어김없이 바람 길이 지나고 티셔츠 겨드랑이가 뽀송뽀송해진다. 나즈막한 쇠고개 아래 옹기종기 주황색, 파랑색 초가 지붕들이 한여름 푸른 하늘아래 선명하다. 공기가 달다. 두엄내와 농약내 섞인 도심 주변 시골과 다르다. 눈과 코가 호사하는 사이 귀는 매미 합창을 듣는다. 자연스레 머리는 맑아지고 발걸음도 여유롭다. 가슴이 속삭인다. “그래 고향에 왔다니까.”

마을 한 가운데 장정 6명이 두 팔 벌려야 안을 수 있는 큼지막한 은행나무 한 쌍이 있고 넓은 그늘 아래 시비가 예사롭지 않다.

‘조용하고 깊숙한 곳 벼슬버리고 산수즐기며 근심을 잊을 만한 곳 꽃피면 봄을 알고 잎지면 가을인 줄 아네’

500여년 전 이 마을 기계 유씨 집안으로 시집온 임벽당 의성 김씨의 문예비다. 임벽당은 조선 중기 신사임당, 허난설헌과 함께 3대 여류시인으로 꼽힌다.

“어서 오셔유. 나무가 좋쥬?” 마중나온 추동선(69) 이장님과 부녀회 분들이 시비를 가리키며 “이곳이 저 어르신이 살던 집터이고 나무도 저 분이 심었다”고 했다. 비에 적힌 시와 이들의 웃음이 닮은 걸 보니 예나 지금이나 마을 인심은 바뀌지 않은 듯 싶다. 은행나무 그늘 아래 제기와 투호병이 있다. 짚도 수북히 쌓여 있다. 이곳이 민속놀이 터다.

행복마을의 행정 지명은 남당리. 남당리는 남쪽의 신선지라는 뜻으로 큰 마을이 된다는 의미인 통박골로도 불린다. 70여 가구 140여 주민은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아이들이 없어 학교도 문 닫았다. 주민들은 그래서 체험오는 아이들을 친 손주대하듯 이뻐하고 젊은 부부들을 아들, 딸 처럼 반긴다.

마을 곳곳에는 특산품인 넝쿨강낭콩이 자라고 있다. 밭에도, 돌담 아래 깡통에도, 대문옆 한 뼘 흙에서도 강낭콩이 대나무 지지대를 카고 큰 아이 키만큼 줄기를 키웠다. 행복마을 강낭콩은 밤 맛이 나 서울서도 유명하다. 콩이 유명하니 손두부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7월 잘 영근 넝쿨강낭콩은 체험 온 가족들의 간식 거리다. 별 총총한 밤하늘보며 모깃불 피워놓고 구워 먹으면 입에 쩍쩍 달라붙는다. 저녁밥은 꺼먹돼지 숯불구이를 곁들인 자연식 시골밥상이다.

마을 소류지는 1급수로 주민들이 체험 온 이들에게만 낚시를 하도록 정하고 있어 한 뼘짜리 토실토실한 붕어잡기는 일도 아니다. 물 반 고기 반(?)이지만 고기도 사람을 알아봐 욕심많은 이들은 빈 낚싯대로 발길을 돌려야 한단다.

여름 휴가 하면 ‘바다’를 꼽는 이들이 많겠지만 행복마을 주민들은 10분거리 춘장대 해수욕장보다 마을 앞 선도리 갯벌 체험이 최고라며 경운기를 타라고 권한다. 갯벌 체험은 물 때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주말에만 열리지만 맛조개, 바지락, 똘참게를 잡는 재미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 거리다.

정숙이네 담에 놓인 벌통과 아줌마 마음같은 꽃들, 서해 바다와 섬들이 내려다 보이는 뒷산 언덕을 돌아 나오는 길은 친정집을 나서는 새색시 발걸음 같다. 보내는 눈길도 ‘언제 다시 볼지’ 서운함이 가득하다. “잊지말고 또 들 오셔.”

● 연령대별 체험프로그램

유치원: 시골음식 맛보기, 텃밭체험, 쑥떡만들기, 해바라기 화분만들기, 가재잡기, 갯벌체험, 민속놀이

초, 중등: 교과내용에 맞는 체험학습, 은행나무 관찰, 논 밭일 체험, 버들피리만들기, 대나무피리만들기, 박공예, 짚공예, 갯벌체험, 민속놀이

중, 장년: 고향체험, 손두부만들기, 떡메치기, 농촌수확 체험, 낚시

단 체: 체험활동 외에 일정 별 프로그램 진행 가능

● 계절별 체험프로그램

봄: 나물 채취, 버들피리만들기, 쓱떡만들기, 고구마 감자 채소 모 등 농작물 파종체험

여름: 넝쿨강낭콩따기, 별자리관찰, 옥수수따기, 대나무물총만들기, 숲속물놀이, 가재잡기, 감자캐기

가을: 들밥먹기, 은행공예, 농작물 수확체험

겨울: 박공예, 연만들기, 매주만들기

사계절: 손두부만들기, 대나무낚시, 짚공예, 경운기타고 마을산책, 곡물공예, 떡메치기, 행복소원 기원행사

● 일정별 프로그램 및 참가비

당일: 행복마을 도착 -> 마을소개 -> 계절별 체험프로그램(손두부만들기, 곡물공예, 쑥떡만들기, 떡메치기 등) -> 귀가

1박2일: 첫쨋날 행복마을 도착 -> 마을소개 -> 떡메치기 등 계절별 체험프로그램 -> 허브비누만들기 -> 옥수수, 감자 구워먹기 -> 취침
둘쨋날: 논, 밭일 체험 -> 짚공예 -> 마을산책 -> 계절별 체험프로그램 -> 귀가

비용: 숙박비 1인 1만원, 식비 1인 5천원, 손두부만들기 4천원, 대나무물총만들기 3천원, 쓱떡만들기 3천원, 곡물공예 7천원, 대나무낚시 5천원, 갯벌체험 3천원,

가재잡기 계곡 물놀이 경운기 체험 5천원

● 숙소: 마을 10개 농가 민박

● 찾아오는 길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나들목 -> 남당리 행복마을(보령방면 500m, 3분)

대중교통: 서천터미널 -> 비인에서 환승 -> 남당리(보령행 버스로 40분)

● 주변관광지

춘장대 해수욕장, 월하성 포구마을, 서천 홍원항, 동백정, 마량리 동백나무숲, 금강철새탐조대, 신성리 갈대밭, 한산모시관, 한산소곡주, 비인 5층석탑 (안내는 서천군청 홈페이지 및 문화관광과 041-950-4226)

● 문의: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위원장 추동선 이장 (041)952-6268, 019-591-4779 사무장 진현숙 (041)952-0536 , 홈페이지 (namda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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