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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길·박경화] 다시 박수 받는 전교조를 꿈꾼다

등록 2004-12-17 00:00 수정 2020-05-03 04:23

신임 이수일 위원장·박경화 부위원장의 포부… 명망가 중심운동 탈피하고 NEIS에 밀린 개혁과제 적극 추진

▣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다시 박수 받는 전교조!’

제11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선거에서 승리한 이수일(51·서울 중화고)·박경화(45·경남 창원 신월중) 당선자의 슬로건이다. 참교육 운동으로 여론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 슬로건은 전체 조합원 60%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박 당선자는 지난 12월9∼11일 벌어진 이번 선거에서 전체 유효 투표의 59.2%인 4만6825표를 얻었다. 전교조 내부에 변화의 욕구가 팽배해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선거였다.

합법화 6년, 여론지지 회복나선다

이 위원장은 서울 정신여중에서 근무하던 1979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으로 구속·해직된 뒤 10년 동안 수감 생활을 했으며 90년부터 전교조에서 활동했다. 박 부위원장은 1993년부터 지역사회학교인 ‘명서·안남문화마을’을 운영해 1999년 ‘교사 신지식인’에 선정된 경력이 있다. 지난 12월12일 전교조 사무실에서 만난 이·박 당선자는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참교육 운동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거 때 슬로건이 ‘다시 박수 받는 전교조’다. 무슨 뜻인가.

전교조를 처음 만들었을 때처럼 다시 여론의 지지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전교조가 그동안 특별히 잘못한 게 있어서 박수를 못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억울한 측면도 있다. 전교조가 합법화된 지 6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전교조에 가입하면 개인적 희생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인식은 ‘전교조가 합법화되더니 교사들의 권리만 챙기고 있다’는 등 비판적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투쟁의 경우 학생 정보인권을 지키겠다는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는데, 학생들은 내팽개치고 연가투쟁을 한다고 비난받았다. 이는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적 공세 탓이 크다. 하지만 언론이나 사회 여론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정보인권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시키지 못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전교조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박수를 못 받고 있는 원인이다. 처음에는 촌지 거부 등 도덕성만으로도 박수를 받았지만 지금은 이게 당연한 것으로 됐다. 그래서 더 성숙한 전교조가 돼서 여론의 지지를 받고 나아가 여론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만 하고 대안은 없다는 지적을 극복하도록 할 것이다.

연가투쟁을 안 하겠다는 것인가.

학생과 학부모,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일에는 연가투쟁이 아니라 파업까지도 할 수 있다. 고립된 투쟁이 아니라면 연가투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론과 동떨어진 싸움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NEIS를 예로 들면, 당연히 여론의 지지를 받았어야 할 싸움인데 그렇지 못했다. 보수언론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여론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도록 여론화 작업에도 많이 신경을 쓸 것이다.

전임 집행부를 평가한다면.

NEIS 투쟁은 필요했다.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투쟁 방식은 무리한 점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시기에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가 NEIS 때문에 밀렸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 때 교육 분야에서 공약처럼 내건 개혁과제가 있었는데, 사립학교법 개정·초등표준수업시수 법제화·교장선출보직제·해직교사 원상복귀가 그것이다. 이는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과제였다. 인수위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NEIS 때문에 참여정부와 전교조가 전면적인 대결 구도로 가면서 흐지부지됐다. NEIS에 ‘올인’하는 바람에 이런 문제를 놓친 것이다. 전교조는 아직 완성된 노조가 아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실질적인 교섭권이 없어서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또 전교조와 단체교섭을 맺더라도 예산과 법령에 관한 사항은 정부가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돼 있는데 이를 개선하도록 할 것이다.

교장단·교총과 협력할 일 많아

임기는 2년인데,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사실 교장선출보직제 하나만 제대로 돼도 교육계에서는 큰 ‘혁명’과 같다. (박 부위원장) 지난 2년 동안 조합원들의 사기가 너무 떨어졌는데 그 원인은 최근 전교조 활동이 소수의 명망가, 활동가 중심의 운동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이 위원장은 합법화 이전부터 활동한 ‘성골’이고, 나는 합법화 이후에 가입한 ‘6두품’인데…. (웃음) 활동가들이 ‘내가 있으니까 나를 따르라’라는 식이었기 때문에 일선 교사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우리는 조합원이 조합의 주인이라는 상식에서 출발할 것이다. 전교조가 국민들한테서 박수를 받을 뿐 아니라, 조합원들이 서로에게 박수를 쳐줄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해 극단적인 교단 갈등이 있었는데.

교장단은 우리를 온건파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웃음) 교장단이든 교총이든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운영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갈등이 일어날 일이 없다. 오히려 공통적인 이해관계도 많다. 교권 신장과 교육예산 확보, 교육환경 개선 등은 교장단과 교총, 전교조의 이해관계가 같다. 서로 협력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박 부위원장)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일선 학교를 방문했을 때 많은 교장 선생님들이 협조를 해주셨다. “전교조 때문에 학교가 많이 발전했다” “전교조 교사들은 유능하고 아이들을 참 좋아한다”는 등 칭찬도 많이 들었다. 심지어 교무실에서 유세를 하도록 도와주신 교장들도 많았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대결 구도만 있는 게 아니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10년 전 YS 때 5·31 교육개혁안이 나오면서부터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 시작됐는데, 참여정부는 이를 고수하고 있다. 전교조는 여기에 맞서왔다. 우리도 전임 집행부의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우리는 교원평가제도에 주목하고 있다. 현 정부의 교원평가제도가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면 교총 등 다른 단체와 연계해 반드시 저지할 것이다. 교원평가제 실시에 앞서 교사의 교육과정 편성권과 학생평가권, 교장선출보직제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진정한 교사 평가가 이뤄진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부의 개혁적 측면을 주목하고자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공약성 개혁 과제들에 대해서는 참여정부와 협력할 것이다. 민주적 교육개혁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파트너십을 발휘할 것이다. 최근 발생한 수능 부정행위 사건은 학벌주의에 입각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 그 원인이다. 학생의 도덕성이나 교사의 지도·감독 강화가 아니라,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꾸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참여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면 전교조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참교육 운동

전교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전교조는 초기부터 교육 3주체론을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협력해야 교육개혁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소홀하면 교육개혁은 불가능하다. 전교조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참교육 운동을 펼칠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 담임 교사와 학부모님들이 함께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 (부위원장) 밀양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어른들의 비뚤어진 성문화 탓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른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걸 증명하는 사건이다. 학부모님들도 학교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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