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유어북 | 책을 보내며]
과학자의 눈으로 본 차별받는 늑대의 이야기
▣ 유영호/ 스키마언어교육연구소 소장
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나는 동물 중에도 특히 늑대를 좋아하기 때문에 혹 재미없어 보여도 이런 종류의 책은 일단 구해서 읽고 본다. 그런데 읽기 전부터 느낌이 색다르니 마음까지 설다.
나는 1999년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지도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함께 공부해서 이젠 중학교 2학년이 된 학생들이 2모둠, 모두 8명이다. 한달에 8권씩 읽히면 1년에 대략 100권이니 최소한 500권은 읽은 셈인데, 이처럼 많은 분량의 좋은 책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돌베개 펴냄). 과학자인 지은이는 늑대 때문에 순록이 사라진다며 실체를 확인하라는 캐나다 정부의 프로젝트를 맡는다. 하지만 순록은 대부분 늑대가 아니라 사람 손에 죽어가고 있었다. 늑대의 주식은 순록이 아니라 쥐였던 것이다. 늑대가 쥐만 먹고도 영양에 이상이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크림소스 마우스’라 이름붙인 쥐요리를 먹었다는 대목이나, 늑대의 언어를 알아들은 주술사의 말에 따라, 에스키모들이 남쪽으로 이동한 순록떼를 좇아 2~3일 걸려 순록 사냥을 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이들도 재미있어했다. 하지만 의외로 독후감에는 비슷비슷한 ‘정답’들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작은 행동들이 세상의 생물체에게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이런 온갖 더러운 짓을 하면서도 우리는 그 모든 죄를 가여운 동물들에게로 돌린다.”(김지선·중1)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자연을 파괴한다고 한다. 그것이 정말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파괴하는 것인가? 사치품이나 즐거움을 위해 아니면 편견에 의해서 파괴되는 것이 문제이다.”(백종연·중1)
대부분 ‘인간이 자연을 파괴했다’는 분노만이 표현되어 있었다.
나는 를 보면서 짐승도 명확하게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과 동물을 구분짓는 데는 인간과 자연, 문명과 야만, 백인과 비백인, 부자와 가난한 자 등등 모든 차이를 차별로 바꾸는 어떤 논리가 공통으로 깔려 있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재미있다고 하면서도 속독해야 하고 또다시 들춰볼 짬을 내지 못하는 직업의 한계. 내 대신 프리유어북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이 여유로이 책장을 넘기며 나와 비슷한 흥분과 감동을 받길 바란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즐거울까, 부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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