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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업체에 단협 요구 못하나

등록 2004-02-18 00:00 수정 2020-05-02 04:23

건설일용노조 사건의 법리 논쟁…민주노총 “임금 책임진 원청업체가 단협 대상”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정당한 노조활동인가, 협박을 통한 갈취인가.

건설일용노조 사건은 그 실체 못지않게 법리 논쟁도 관심을 끈다. 이 논쟁의 쟁점은 과연 원청업체(시공사)가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건설노조의 단체협약 대상이 되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원청업체는 건설노조의 단협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단협은 사용자와 노조 대표가 맺는 것인데, 원청업체는 건설노조 조합원인 일용직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는 대부분 하청업체와 고용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굳이 건설노조가 단협을 체결하려면 그 대상은 사용자인 하청업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지검 공안부 전현준 부부장검사는 “원청업체가 직접 일용직을 고용했다면 단협 당사자가 되지만, 이번 사건은 일용직을 직접 고용한 업체가 전혀 없었다”며 “단협 체결 의무가 없는 원청업체에 단협과 노조 전임비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공사 현장의 안전조치 미비점을 고발하겠다고 협박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건설노조가 체결하고자 하는 단협의 주된 내용이 산업안전시설 확보와 퇴직공제, 고용보험금제도 실시 등인데 이에 대한 책임이 원청업체에 있기 때문에 단협 대상은 원청업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단협의 주요 사항인 임금도 원청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제때 공사비를 지급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원청업체가 단협 대상이어야 한다”며 “따라서 건설노조 간부들이 원청업체에 단협 체결을 요구하고 단협에 따른 노조 전임비를 받은 것은 정당한 노조 활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와 검찰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 정작 건설노조의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건설노조의 주장이 맞지만,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알아야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겠다”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 행위”라고 말했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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