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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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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드는 세계여행 떠나볼까?

등록 2003-12-25 00:00 수정 2020-05-02 04:23

방학이면 해외연수를 떠나는 아이들로 인천공항이 붐빈다. 하지만 서민들은 400만원 안팎인 아이들 해외연수 비용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국내에서도 박물관을 잘 이용하면 해외여행의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먼저 세계지도를 하나 사서 아이들과 가고 싶은 나라를 찾아본다. (계림북스쿨)이나 (한림출판사) 같은 어린이 지도 그림책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해외여행을 하려면 여권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여권이 왜 필요한지 이야기해주고, 새 공책을 준비해 아이의 여권으로 삼는다. 진짜 여권을 참조해 여권 분위기가 나게 아이 사진을 붙일 수도 있다.
여권을 마련했으면 박물관 세계 여행을 떠나자. 각자 사는 곳에 따라 어디부터 먼저 보고 어떻게 움직이는 게 좋을지 동선을 그려보자. 출발하기 전에 교통편과 입장요금, 쉬는 날도 확인하자.
서울 남산에 있는 지구촌민속박물관(jigoochonmuseum.org, 02-773-9590~1)에는 전 세계 180여개 나라 민속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백화점처럼 세계 각국의 풍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4·5층에 있는 우정박물관(postmuseum.go.kr, 02-756-2858)에 가면 세계 186개 나라의 우표 3천점을 볼 수 있다. 우체통의 변천, 우편배달원 복장 변화 같은 전시물도 볼 수 있다. 각 나라 우표의 특성이나 세계 여러 나라 우체통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손으로 쓰는 편지가 낯선 요즘 학생들에게 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우정박물관 길 건너 한국은행에 있는 화폐금융박물관(museum.bok.or.kr, 02-759-4881)에 가면 국내외 화폐 4500점을 볼 수 있다. 화폐는 우표와 함께 그 나라의 사회·자연 환경과 민족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화폐의 제조과정, 위조화폐 식별 방법, 돈과 나라 경제 등에 관한 전시물도 준비되어 있다.
서울 송파구의 삼성어린이박물관(samsungkids.org,02-2143-3600) 에서 운영하는 ‘열두 상자와 떠나는 화폐여행’은 어린이들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화폐들을 직접 만나보고, 돈의 쓰임새와 가치를 생각해보도록 한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아프리카박물관(africamuseum.org, 02-741-0438)에서는 사자와 코끼리가 아닌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 30여개 나라 70여 부족의 조각품과 가면, 북, 장신구, 의자, 직물 등 35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이 아프리카 가면을 따라 그리는 동안 어른들은 탄자니아산 원두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
서울 삼청동 입구의 티베트박물관(tibemuseum.co.kr, 02-735-8149)에선 티베트의 불교미술과 생활용품과 복식 등 일상생활에 숨은 미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300여점의 전시품이 있다.
티베트박물관에서 감사원쪽으로 삼청길을 따라가면 부엉이박물관(owlmuseum.co.kr, 02-3210-2902)이 있다. 목조공예품부터 도자기 인형 등 80여개 나라의 부엉이 관련 작품 2천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각 나라에서 부엉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유럽자기박물관(셀라뮤즈자기박물관, 02-394-9867)은 독일의 마이센, 영국의 로열우스터, 프랑스의 세브 등 17세기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럽의 도자기와 유리 예술품 등 500점을 볼 수 있다.
경기 고양시 고양동에 있는 중남미문화원(latina.or.kr, 02-962-7171)에는 목기, 청동기, 전통가면, 골동품 등 마야·잉카 문화를 맛볼 수 있다. 미술관과 공예품 전시실도 있다. 박물관 곳곳에서 남미 전통 음악이 들여와서 남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각 박물관을 갈 때마다 아이들의 ‘여권’에 출입국 확인증을 흉내낸 도장을 찍고 박물관 관찰 기록지를 붙이는 것도 재미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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