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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에미오 디자이너] 명품도 짝퉁도 가라

등록 2004-10-14 00:00 수정 2020-05-03 04:23

▣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서울 을지로 네거리에서 명동 중앙우체국쪽으로 가다 보면 뉴욕이나 밀라노, 파리의 뒷골목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패션소품들을 붉은 천 위에 전시해놓은 가게를 만난다. 수입상품 전문점이 아니다. 순도 100% 한국산을 취급하는 곳이다.

고가의 ‘명품’이나 저가의 ‘짝퉁’으로 양극화된 패션소품계에 도전장을 던진 젊은 디자이너들이 이곳 ‘듀에미오’의 식구들이다. 지난 5월 문을 연 데 이어 최근 분당 삼성플라자에도 둥지를 틀었다. 듀에미오(duemio)는 이탈리아어 ‘둘’과 ‘나’를 합성한 말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뜻한다.

김정아 마케팅 팀장은 “기형적으로 양극화된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던 디자이너들이 오랜 시장조사를 거쳐 의기투합해 만든 네트워크”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디자이너인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한 이들은 자기 눈높이와 욕구에 맞춰 일을 한다. 가방을 예로 들더라도 가죽 일변도의 뻔한 재질이나, 길 가는 사람 열에 아홉은 들고 있는 디자인이나, 실용성보다는 브랜드만 튀는 제품들 사이에서 염증을 느낀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외 낯선 도시의 구석에서 만난 정체 모를 패션소품에 넋을 잃고 바가지를 왕창 쓰기도 한다. 적당한 가격에 다양한 소재를 독특하게 살린 물건을 접할 수 없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빼앗는 일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4명의 소속 디자이너와 3명의 외부 디자이너들이 계절마다 콘셉트를 바꿔가며 가방을 필두로 한 ‘짱짱한’ 패션소품들을 내놓고 있다. 대량 생산은 하지 않지만, 가격은 5만∼15만원대다. ‘마진 거품’을 확 뺀 결과이다. 장효선 대표는 “순수 한국 디자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소비자들과 함께 ‘즐길 권리’를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희정·장효선·김정아·이혜령씨(문의 02-319-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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