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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제복이 총질을 했다”

등록 2003-04-30 00:00 수정 2020-05-02 04:23

〈마약과의 전쟁 엿보기〉

법원 출두 뒤 돌아오던 한마을 4명 한꺼번에 총격살해… 주민들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셍 새 토우(52·마을 지도자·마약거래 혐의자·38구경 총알 머리에서 발견·신체 구타)

-세아 제르 새 토우(45·마을 주민·38구경 총알 머리에서 발견·턱뼈 파손·눈 피멍)

-솜차이 새 토우(40·세아 제르의 동생·38구경 총알 머리에서 발견·목과 쇄골 파손)

-분마르 새 토우(59·세아 제르의 사촌·38구경 총알 머리에서 발견·몸통 화상·안면 파손)

펫차분의 도이 남 피엥 남 딘 마을에 사는 이들은 모두 몽(Hmong)족으로 셍 새 토우만 주민증이 있고, 나머지 3명은 고산족 증명서인 이른바 ‘푸른 쪽지’만 지닌 반쪽짜리 시민으로 지난 2월12일 군청에 출두해 마약관련 보고를 하고 돌아오던 길에 살해당했다.

세아 제르 새 토우의 아들 손차이에 따르면, 누군가 마을로 찾아와 세아 제르가 2월12일 출두하라며 쪽지를 주고 갔다고 했다. 같은 날, 마을 지도자 셍 새 토우도 출두명령서를 받았다. 이렇게 출두명령서를 받은 두 사람에 세아 제르의 동생과 약국에 볼일이 있다며 동행한 사촌까지 모두 4명이 2월12일 아침 픽업트럭을 몰고 군청으로 갔다.

한참 기다렸으나 담당자를 만나지 못한 이들은 정오 무렵 마을로 발길을 돌렸고, 반누엔 마을 근처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로부터 총격을 받아 4명 모두 살해당했다. 현장을 목격한 반누엔 사람들은 또렷이 증언했다. “총질한 이들은 경찰 제복을 입었고, 주변에는 경찰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돌고 있었다.” 그러나 반누엔 사람들은 롬프 코우 경찰서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마라”고 했다며 곧 입을 닫아버리고 말았다.

살해당한 4명의 가족들도 모두 말문을 닫았다. 특히 셍 새 토우 가족들은 “그가 마약을 만졌으니 대가를 받았다”며 사건과 거리를 두었다. 다만 마을 주민들만 분노할 뿐이다. “죄 없는 이들이 살해당했다. 술도 담배도 입에 대지 않던 이들에게 마약이라니” 살해당한 3명(마을 지도자 제외)의 가족들은 모두 땅 한 뙈기 없이 가난하게 살아왔고, 그나마 붙여먹던 복지부 땅도 국왕에게 헌상한다며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해서 줄줄이 딸린 아이들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 암누아이 야마라끄는 “마약업자들이 그 바닥 큰손인 셍 새 토우를 살해했다. 나머지 셋은 리스트에도 없는 이들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다. 그 가족들이 고발을 하지 않아 수사도 진척이 없다”고 말했다. 부검을 맡은 의사는 “38이라 적힌 총알들을 모두 경찰이 가져갔다”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모든 게 끝났다.

방콕=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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