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기는’ 대목이 나온다. 촉나라 군대가 죽은 제갈공명의 나무형상을 이용해 중달의 위나라 군대를 물리치는 내용이다. 여기서 죽은 공명의 뜻은 중요하지 않았다. 최병렬 대표의 경선 승리에도 이국만리에 있는 이회창 전 총재의 보이지 않는 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총재가 이번 경선에 직접 개입했다는 게 아니라 최 대표쪽에서 ‘창심’을 누구보다 유효적절하게 활용했다는 얘기다.
‘창심’ 끌어들이기 경쟁은 조직의 밑바닥에서 치열했다. 최병렬 캠프에서 조직을 맡았던 이성희씨는 원래 서청원 후보쪽 조직관리 책임자였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몇명의 팀원들을 이끌고 최 후보쪽으로 ‘투항’했다. 이유는 서 후보 캠프 내부의 알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씨의 ‘회군’은 조직선거 양상으로 치러진 이번 경선의 승패를 갈랐던 중요한 요인으로 전해진다.
이씨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당무 특보로 전국의 조직을 관장했던 인물이다. 공화당 당료 출신으로, 기업을 경영하기도 했던 그는 이미 199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이 전 총재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 뒤 부국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하며 경선 때마다 이 전 총재를 도왔다. 당 조직의 밑바닥을 훤히 알고 있어서 한나라당 조직에 관한 한 ‘1인자’로 꼽힌다. 경선 초반에 서청원 후보가 대세를 장악했던 것도 이씨를 통해 전국의 ‘창 지지 조직’을 접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최병렬 캠프에 가담한 것은 지난 6월4일이었다. 그는 함께 옮겨온 팀을 가동해 선거인단 22만여명의 성향을 일일이 분석했다. 이 가운데 최 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7만여명을 선별해내 이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홍보를 펼쳤다. 자동응답(ARS) 여론조사와 홍보를 병행하는 방법이었다.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선거인들을 최 후보쪽으로 돌리는 데도 이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 대표가 6월13일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 전 총재를 모셔오겠다”고 말한 것도 이씨가 제시한 데이터에 근거한 전략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서 후보에 뒤지던 최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1위로 올라섰고, 실제 투표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경선의 판도에 ‘창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윤여준 의원이 주축이 된 기획팀도 대부분 이회창 전 총재와 인연이 깊은 인물들로 구성되었다. 기획회의에 고정적으로 참석했던 멤버는 윤 의원 외에 이방호 의원과 진영 위원장, 진경탁 전 의원 등이었다. 윤 의원과 진 위원장, 진 전 의원은 모두 오래 전부터 이회창 진영에서 함께 활동했던 골수 ‘이회창맨’들이다.
물론 이들은 ‘창심’과 이번 경선을 연결짓는 시각에 손사래를 친다. 윤 의원은 “나나 진영 위원장이나 지난 대선 때는 전면에서 활동하지 못했으므로 ‘창심’과 무관한 사람들이다. 이성희씨가 원래 서청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창심’이 어떻게 작용했는지와는 별개로,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회창 필패론’을 외쳤던 최병렬 대표가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창심’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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