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안풍’ 사건의 돈이 YS한테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법원의 판단에, 국정원과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 등이 내세우는 근거는 이렇다. 법원은 “안기부가 1993∼96년 사용한 2029개의 차명계좌를 엑셀 프로그램으로 분석해보니 93년에 1293억원의 잔고 증가액이 발생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안기부 예산 흐름으로 설명이 안 되고 실제로 김기섭 전 운영차장을 비롯해 예산 관계자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안기부 예산이 아닌 외부 자금이 혼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국정원은 이런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93년 한해 동안만 보면 1293억원의 잔고 증가분이 설명이 안 되지만, 시점을 10년으로 늘리면 충분히 조성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즉, 1983년부터 예산 불용액과 이자를 모아뒀다면 충분히 1293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가능하려면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번 재판에서 드러난 2092개의 차명계좌 말고, 검찰이나 법원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계좌가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좌들을 통해 안기부 예산이 관리됐다면 국정원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안기부의 차명계좌가 더 있을 가능성은 재판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계좌들도 ‘외부 자금’의 혼입 가능성을 부인하는 단서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재판부는 “확인되지 않은 안기부 관리 계좌가 더 존재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며 “그러나 차명계좌가 더 있다면 그만큼 외부 자금이 섞였을 가능성도 더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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