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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민 탄] 랍스터와 베트남 처녀의 눈물

등록 2004-12-24 00:00 수정 2020-05-03 04:23

▣ 글 · 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랍스터를 먹는 시간’은 6개월 걸렸다.
베트남 유학생 하 민 탄(Ha Minh Thanh·26)에게 그것은 ‘번역의 시간’이었다. 한국인 소설가 방현석(43)씨의 원작 은 그렇게 하여 베트남 서점에서 다시 태어났다. 지난 12월17일 오전, 이 책을 번역 출간한 하노이의 베트남작가동맹 사무실에선 이를 기념하는 조촐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엔 원작자인 방현석씨와 더불어 하 민 탄도 참석했다.

은 베트남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베트남인들의 아픈 기억과 속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중편소설이다. 이 소설책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방씨의 또 다른 중편 도 함께 번역돼 실렸다. “사투리를 번역하느라 ’욕봤어요’. ‘욕봤다’가 ‘애썼다’는 뜻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답니다.” 하 민 탄은 번역을 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베트남의 역사도 많이 깨우쳤다고 한다. “제가 북부 출신이라 한국군이 파병된 중·남부 이야기는 잘 몰랐거든요. 호치민 인근의 구치터널도 못 가봤는데 그 확실한 의미를 이번에 이해했고요.”

하노이대 동방학과를 졸업한 뒤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을 전공 중인 그는 사실 원작자 방현석씨의 베트남어 과외 선생님이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대표였던 방씨에게 지난 2002년 1월부터 1주일에 한번씩 베트남어를 가르쳐왔다.

박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남겨놓고, 그가 요즘 쓰고 있는 논문은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의 생활’에 관한 내용이다. 이를 위해 30여명의 또래 베트남 여성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 했다. “60%가 후회하고 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안 왔을 거라더군요.” 그의 번역소설 제목에 빗대어 말하자면, 박사논문의 핵심은 ‘베트남 처녀들이 눈물을 먹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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