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1호 표지이야기, 그 뒤]
8월10일 일요일 아침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하면서 대북사업을 이끌어왔던 현대아산의 한 고위 간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주로 현장에서 북한쪽 파트너와 크고 작은 협상을 도맡아온 인물이었다. 북한 방문 횟수나 접촉 빈도로 따지면 그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도 드물다. 따라서 그는 현대 대북사업의 이면사를 가장 정확하게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이나 방송에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치 않던 그가 뜬금없이 던진 말은 이랬다. “이 쓴 기사가 제일 정확해. 핵심을 잘 다룬 것 같애.”
정 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두주가 흐른 지금에서야 정 의장 자살 관련 기사들을 접할 여유가 생겼다는 그는 다른 매체의 기사들에 대해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 의장의 자살과 대북사업에 대한 진실이 이렇게 묻혀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고 서둘러 통화를 접었다. 대북사업 절차상의 잘잘못을 떠나 후세가 접할 역사에는 굴절되지 않은 공정한 사실들이 적나라하게 기록돼야 한다는 게 그의 발언 요지였다. 이런 일들이 기자의 역사적 소임이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다. 정 의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남은 자들이 풀어야 할 의혹과 숙제는 적지 않다. 그를 자살로 내몬 원인에 대해서도 추정만 난무할 뿐 여전히 딱 부러지는 규명은 안 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국내 정치와 현대 경협의 얽히고설킨 관계도 비자금 수사로 이어지고 있긴 하나 갈수록 궁금증만 더하고 있다.
모든 연계의 핵심고리인 정 의장이 모든 것을 껴안고 세상을 떠난 탓인지 진실규명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희망을 접기에는 일러 보인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현대아산의 한 고위 간부가 지적했듯이, 정 의장의 자살과 대북사업에 얽힌 진실은 그냥 흘러보내기에는 역사적 무게가 너무나 무겁기 때문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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