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에 있는 성소수자 지지 해시태그 조형물. 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성소수자의 수도’라고 한다. 1977년 성소수자라고 커밍아웃한 하비 밀크가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이 됐다. 미국에서 성소수자가 공직자가 된 최초의 일이었다. 지금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밀크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용광로인권과 자유, 그리고 다양성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는 실리콘밸리도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구글 등 전세계 정보기술(IT) 혁신을 주도하는 기술 기업들이 밀집한 이곳을 지난 3월 방문했다. 지난해 여름 과 , 구글이 주최한 ‘넥스트저널리즘스쿨’에서 우승(제1178호 기자도 모르는 언론 이야기 ‘뉴 플레이어 키우는 뉴 프로듀서’ 참조)한 덕분에 구글코리아의 지원으로 구글 본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IT 기업 방문연수를 떠났다. ‘인종의 용광로’라는 패권국가 미국이 근본적인 다양성을 포용하는 ‘또 다른 용광로’ 실리콘밸리에서 IT 산업의 패권을 길어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LOVEISLOVE’(사랑은 사랑이다).
지난 3월13일 방문한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사옥에선 세계적 소셜미디어 기업의 ‘비즈니스’와는 무관한 조형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LOVEISLOVE는 동성결혼 법제화 등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지지하는 사람임을 드러내는 ‘인증’으로 쓰이는 해시태그다. 트위터 사옥에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상징하는 문구가 마치 사훈처럼 전시된 이유는 무엇일까.
#LOVEISLOVE 조형물은 트위터가 사내 성소수자, 즉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LGBT)를 차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트위터로 확산된 동성결혼 법제화 운동을 기억하고 기록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위터 사옥에서 만난 딕슨 서우 트위터 APAC(아시아·태평양)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트위터의 힘인 파급력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것에서 온다”고 말했다.
오른손잡이들의 편향된 기술다양한 개인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역사적 전통이 트위터 같은 IT 기업의 경영철학으로도 계승되고 있었다. 다양성이 트위터를 움직이는 근본적 가치임을 강조했다.
트위터가 혐오표현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 역시 이용자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성별·인종·종교와 관련된 혐오표현은 신고를 기반으로 삭제되거나 해당 국가에서 보이지 않게 처리된다. 특히 파급력을 가진 공인이나 유명인사가 혐오표현을 할 경우 공인임을 인증하는 마크가 없어질 수 있다. 딕슨 서우 총괄은 미국 인종차별의 상징인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와 관련된 이미지가 혐오표현으로 신고돼 삭제된 적이 있음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누군가 당신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담론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위터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IT 기업 사이에서 ‘다양성’은 핵심 주제다. ‘소수자 친화적 기업문화’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관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IT 기업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다. 한국에서 ‘블라인드’ 앱을 개발해 서비스한 팀블라인드는 2015년 미국에서 같은 앱을 론칭했다. 트위터 방문 하루 전인 3월12일 만난 팀블라인드의 이원신 미국 총괄은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 내 남성문화를 해소하기 위한 #우먼인테크(Woman in tech)가 화두다. 익명으로 어떤 기업이 여성이 일하기 좋으며, 어떤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토론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떠오르는 이미지 중심 SNS ‘핀터레스트’의 경우 전체 직원의 70%, 링크드인·마이크로소프트·에어비앤비·우버·야후는 50%, 아마존·페이스북은 30% 정도가 블라인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서부에는 성정체성이나 인종 등이 아주 다양한데, 여전히 이런 다양성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블라인드에서 이 부분을 자유롭게 이야기하죠. 개인은 블라인드에서 다양성을 논의하며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고, 기업도 정책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신경 쓰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트렌드라고 봅니다.”
3월15일 방문한 구글에서 프레데릭 페르트 혁신·창의성 프로그램 총괄은 구글의 다양성 지향이 기술이나 서비스에 적용된 사례로 ‘오른손잡이 편향’에서 비롯된 유튜브 오류를 바로잡은 일을 들었다. “2년 전 동영상 앱을 게시한 뒤 동영상의 상하가 바뀌어 거꾸로 업로드되는 문제를 발견했다. 오른손으로 촬영하고 업로드하면 제대로 되지만 왼손으로 촬영했을 때 생기는 문제였다. 우리는 서비스를 만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모두 오른손잡이여서 생겨난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소수자가 멈추지 않는 사회”딕슨 서우 총괄은 “우리는 트위터를 활용해 많은 말을 하고 담론을 만들어 사회가 변화하길 바란다. 여성이 일하고 소수자가 멈추지 않는 사회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프레데릭 페르트 총괄 역시 “다양성이 존재할 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이 만들어진다”며 “혁신은 다양성에서 시작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의 근거가 되는 성별, 성적 지향, 인종 등 모든 요소가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의 밑거름, 변화의 물결이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성소수자의 달인 6월, 곰곰이 생각해본다.
글·사진 곽효원 넥스트저널리즘스쿨 4기 우승자 khw33033@gmail.com*‘넥스트 저널리즘 스쿨’은 디지털 시대 미래 언론인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이다. 지난해 여름 4기 교육에서 우승한 곽효원씨의 탐방기를 싣는다.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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