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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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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 반쪽짜리 통신비 대책

통신요금 할인율 5%포인트 커졌지만 신규 가입자에 한정…

대선 공약 후퇴 논란 속 소비자 스스로 통신비 줄이는 방법은
등록 2017-08-29 14:49 수정 2020-05-03 04:28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이 줄줄이 후퇴해 소비자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5월8일 서울 지하철 객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승객. 류우종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이 줄줄이 후퇴해 소비자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5월8일 서울 지하철 객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승객. 류우종 기자

인천에 사는 고영희(50)씨네는 ‘아이폰 가족’이다. 애플 아이폰 예찬론자인 남편의 ‘전도’ 덕분이다. 2015년 가을, 남편은 오랜 기다림 끝에 갓 출시된 아이폰6S를 손에 넣었다. 6개월 뒤 대학생과 중학생인 세 자녀도 아이폰6S로 갈아탔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0월엔 고씨가 아이폰7플러스를 구매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아이폰 시리즈는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지만 당시 고씨 가족은 어떤 지원금이나 요금제가 유리한지 따져보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다. 보통 휴대전화를 살 때 소비자는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통통신 사업자가 주는 단말기 지원금(공시지원금 상한액 33만원)을 한번에 받을지, 아니면 그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선택약정 할인율 20%)을 매달 나눠 받을지 고른다. 그러나 아이폰은 비교할 필요 없이 요금 할인이 유리했다. 별도 지원금을 주지 않는 애플의 정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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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가입자 1400만 명 혜택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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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5명이 매달 휴대전화 요금을 20%씩 할인받아도 통신비가 가계에 주는 부담은 크다. 지난 8월 고씨네는 30만7760원을 휴대전화 요금으로 지출했다. 8월 명세서를 보면 고씨 요금은 4만5430원, 남편 11만8330원, 첫째딸 5만9290원, 둘째딸 5만2690원, 셋째딸 3만2020원이었다. “예전에 둘째아이 요금제를 낮게 설정했더니, 데이터를 (주어진 양보다) 조금만 더 사용해도 요금에 2만원이 부과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 이제는 정액요금제를 5만~6만원대로 쓸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필요하니까 쓰기는 하는데, 한 사람당 (요금이) 3만원 정도면 딱 좋을 것 같다.”

가계 통신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고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지난 8월18일 이에 응답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9월15일부터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 할인을 선택하는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올리라고 이통사에 통보한 것이다. ‘호갱법’으로 불리는 단말기유통법(2014년 10월 도입)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선택약정 할인제에는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 6266만명(6월 기준) 중 약 1400만 명이 가입했다. 이대로라면 고씨 가족은 5%포인트 할인율 인상으로 총 월 1만5388만원의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과기정통부는 25% 할인 대상을 ‘신규 가입자’로 제한했다. 기존 가입자는 약정기간(12개월 또는 24개월)이 끝날 때까지 계속 20% 할인만 받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2015~2016년 이통사와 24개월 약정을 맺은 고씨 가족은 아무런 추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만약 고씨 가족이 추가 요금 할인을 받으려면 위약금을 물고 기존 약정을 해지한 뒤 이통사와 재약정을 맺어야 한다. 지난해 5월 월5만9900원 정액요금제에 24개월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씨의 자녀 김지혜(25)씨의 경우라면 12만6960원을 토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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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가입자를 배제하는 대책을 두고 소비자는 불만을 터뜨렸다. 과기정통부의 발표 직후 인터넷 사이트는 들끓었다. “기존 약정 할인자만 봉이냐.” “공약은 뻥이 됐다.” “무슨 할인을 이렇게 하냐. 모두가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 “내가 저럴까봐 약정 끝나도 (갱신) 안 하고 버티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과기정통부는 관계자는 “현행법상 기존 가입자에게 요금할인율을 상향하도록 이통사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 기준’ 고시에 따라 새로운 요금할인율을 정할 수 있지만, 이를 기존 가입자에게도 소급 적용할지는 이통사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2015년 4월 미래창조과학부(지난 7월26일 과기정통부로 변경)가 요금할인율을 12%에서 20%로 높였을 때 이통사들이 기존 가입자에게도 소급 적용을 해줬다.

선택약정 할인율의 적용 범위는 문재인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의지를 가늠하는 마지막 시험대로 불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가계 통신비 공약이 지속적으로 후퇴해왔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은 “한 가구에서 한 달에 12만4500원, 1년이면 150만원을 이통통신 요금으로 지출하는데 이통통신 3사는 지난해에만 3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며 ‘월 1만1천원 이통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다. 2G 기본료, 3G 표준요금제, 4G(LTE) 정액요금제 속에 숨어 있는 기본료를 다 없애 모든 소비자가 고루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게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위)는 ‘기본료 폐지 대상은 2G·3G와 4G(LTE) 일부’(6월7일)라고 한발 물러선 데 이어, 급기야 ‘기본료 폐지는 정부 임기 내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논의 예정’(6월22일)이라며 공약에서 손을 떼는 듯한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에 준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취지로 다른 대책을 제시했다. △선택약정 할인율 20%→25% 상향 △노인·저소득층 월1만1천원 요금 추가 감면 △LTE 요금제를 1만원 이상 낮추는 ‘보편 요금제’ 도입 △제조사·이통사의 지원금을 나눠 공개하는 ‘분리공시제’ 도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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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공공성 강화’ 빛 잃다
녹색소비자연대·참여연대를 비롯한 6개 시민단체가 8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선택약정 할인율 25% 혜택을 기존 가입자에게도 적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녹색소비자연대·참여연대를 비롯한 6개 시민단체가 8월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선택약정 할인율 25% 혜택을 기존 가입자에게도 적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위는 오히려 이통사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 대한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역주행’ 대책을 발표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를 편성하거나 기존 요금제를 인상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아왔는데, 이런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정부 스스로 떼어버리겠다고 선언한 꼴이다. 가계 통신비 공약 후퇴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7월24~30일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국정위 발표 내용이 당초 공약과 비교해 어떤 수준이냐’고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2%가 ‘매우 부족하다’거나 ‘다소 부족하다’고 답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국정위안 가운데 그나마 주목받은 방안이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이었다. 할인률이 25%로 올라가면 소비자 1900만 명이 즉각 매달 2천원(4만원 요금제 기존 가입자) 또는 1만원(신규 가입자)의 요금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전 가입자에게 적용’(8월16일)에서 ‘신규 가입자(500만 명 예상)에게만 적용’(8월18일)으로 또다시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 선택약정 가입자들도 25% 요금할인 적용 대상이고, 약정만료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추가적인 요금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맞지만 매월 평균적으로 약 60~70만명이 약정만료가 되기 때문에 가장 길게 잡더라도 2년 후에는 선택약정 25%에 의한 요금할인 효과가 최고치에 이를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반의 반쪽짜리’ 선택약정 할인제가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통신비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정위안에 포함된 보편요금제, 분리공시제, 완전자급제 등 중·장기 대책을 협의할 사회적 논의 기구가 언제 꾸려질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 등으로 과방위가 파행을 빚고 있어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국회 안에 둘지, 과기정통부 아래 둘지 제대로 논의하지 못했다. 언제 활동을 시작할지 날짜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디부터 꼬인 걸까. 이통사들의 거센 저항은 예상된 것이다. 이통사들은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요금 인하 압박에도 기본료 1천원만 찔끔 내린 ‘승리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이통사들은 국정위가 과기정통부에 세 번이나 퇴짜를 놓으며 기본료 폐지 방안을 가져오라고 압박하는 동안 여론전에 열을 올렸다. “차라리 이통사를 국유화해라” “정부가 요금 책정에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는 거친 말을 쏟아냈다. 모든 국민은 필수재가 된 휴대전화를 부담 없이 이용할 ‘보편적 통신권’을 갖고 있으며, 한정된 자원인 주파수로 장사하는 이통사는 통신의 공공성 강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반론은 빛을 보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이통사들의 반발에 대응할 의지도 전략도 없었다. 오랫동안 시민사회로부터 ‘이통사 비호 세력’으로 비판받아온 과기정통부는 이번에도 “이통사에는 휴대전화 기본료를 일괄 폐지할 여력이 없다”며 거들었다. 그러나 ‘그에 준하는 조치’라며 겨우 찾아낸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도 이통사는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업인 출신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할인율 인상 시행일을 당초 9월1일에서 보름간 늦춰가며 ‘모든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라’고 이통사 최고경영자(CEO)를 설득하려 했지만 만나지도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정권은 바뀌었지만 (이통사 편을 드는) 공무원들은 그대로여서 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꽤 오랫동안 정부의 추가 대책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 제도를 잘 활용해 가계 통신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9월15일이 중요 기점이다. 25% 선택약정 할인이 시작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8과 V30이 동시에 출시된다. 일단 요금할인율이 높아지는 9월15일 이후 휴대전화에 신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중 온라인에서 공기계(언록폰)를 직접 구입하는 소비자는 무조건 요금 할인을 신청해야 한다. 이 경우 해외로 나갔다가 국내로 역수입된 공기계에 알뜰폰을 연계하면 통신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

9월15일 이후 소비자 움직여야 유리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할 경우 약정기간의 요금 할인 총액을 뽑아달라고 한 뒤 단말기 지원금과 비교해보면 된다. 고가 요금제일수록 지원금 대신 요금 할인을 받는 편이 유리하다. 24개월간 6만원 요금제를 쓸 경우 할인 금액은 총 36만원으로, 지원금 상한액 33만원을 웃돈다. 반면 저가요금제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는 게 나을 수 있다. 구형 휴대전화를 이용하려는 가입자도 마찬가지다. 출시 15개월이 지난 휴대전화는 지원금 상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를 앞둔 제조사·이통사가 ‘재고떨이’를 한다며 구형 휴대전화에 50만~60만원의 지원금을 풀면 공짜로 살 수도 있다.

변수는 있다. 지원금 상한제가 9월 말이면 폐지된다. 다만 이후에도 제조사·이통사가 33만원 이상으로 지원금을 대폭 올려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지금도 최신 휴대전화에 지원금을 상한까지 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아이폰7, 갤럭시S8에 지급된 지원금도 20만원대였다.

소비자가 꼼꼼히 살피는 방법밖에

약정 갱신을 앞둔 소비자에게도 좋은 기회다. 약정 기간이 끝난 고객은 이통사 고객센터에 선택약정 할인 대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신청하면 된다. 이통사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약정 기간이 지난 가입자에게 요금할인 제도를 제대로 안내하지 않으니 소비자 스스로 챙겨야 한다. 지금도 20% 요금 할인 대상자이지만 직접 신청하지 않아 혜택을 못 보는 가입자가 1천만 명이 넘는다.

물론 처음부터 적정한 단말기와 요금제를 고른다면 통신비를 가장 효과적으로 아낄 수 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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