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부도나게 생겼는데 경영자는 수억원의 연봉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
3월30일 국내 상장기업들의 2015년 사업보고서가 공시됐다. 수십억원씩을 받아가는 재벌 총수 일가와 전문경영진 일부의 보수가 공개됐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49억5400만원을 받아 한국 상장회사 임직원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이로 확인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로부터 56억원 등 모두 98억원을 받아 재벌 총수 가운데 연봉이 제일 많았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80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58억원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53억원을 받았다. 삼성그룹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공개 대상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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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조종사 연봉 인상 등 근로조건을 두고 노사 갈등 중인 대한항공의 조양호 회장은 64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조양호 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한 부기장의 글에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 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 조종사는 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으로 가는데”라고 댓글을 남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임원 연봉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경영 위기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늘어난 재벌 총수들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배임·횡령 및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경영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전년도보다 3억여원이 늘어난 44억원을 연봉으로 받았다. 자식들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롯데제과·롯데쇼핑·호텔롯데·롯데건설 등 4곳으로부터 41억원을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권 행사가 한정된 상황이지만 신격호 회장의 연봉은 2014년보다 5천만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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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600억원(연결기준)의 순손실을 기록한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회장은 7억4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조 회장은 1221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한진중공업홀딩스(한진중공업 지주회사)로부터도 7억5700만원의 연봉을 받는 등 모두 21억여원을 챙겼다. 2243억원(연결기준)의 순손실을 기록한 동국제강의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도 퇴직금을 포함해 지난해 각각 40억원과 20억원의 보수를 가져갔다.
경영권 분쟁 중에도 수십억원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15년 11월18일 고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그룹 전체가 경영 위기에 빠졌지만 연봉(45억원)이 2014년보다 11억원이나 더 증가했다. 계열사인 현대상선으로부터 9억6천만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27억2200만원, 현대증권으로부터 8억5천만원 등을 받았다.
현 회장이 직접 경영에 나선 뒤 현대그룹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2010년 58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그 뒤 해마다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자본잠식률이 76%에 이르러 상장 폐지될 위험에 처해 있다. 상장이 폐지되면 다른 소액주주들의 주식까지 휴지 조각이 된다. 물론 금융위기로 불어닥친 불경기로 인해 해운 물동량이 줄어 현대상선뿐만 아니라 전세계 해운·조선 업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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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 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1432억원을 투자했지만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엘리베이터 관리 등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흑자였지만 현대상선에 투자한 손실(1233억원)이 컸다.
현대그룹은 결국 지난해 현대상선의 벌크선 사업부문을 매각하고, 현대증권을 팔려고 내놨다. 실적만 놓고 보면 기업 총수로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현 회장은 더 많은 연봉을 챙겼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동원된 계열사들까지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 회장의 연봉에 대해 “직무수행 평가에 따라 생산성 향상 인센티브(6억2600만원)와 경영 실적 달성 및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 특별격려금(3억9100만원), 전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기본·초과 성과급을 직책보임·직무수행 평가에 따라 지급(4억9500만원)했다”고 밝혔다.
회사 곳간에서 현금 빼내는 연봉한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벌 총수들이 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팔지 않고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돈을 빌린 뒤 이자를 내기 위해 연봉을 많이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또 전문경영인이 회사로부터 높은 자신의 연봉을 받는 것처럼 보여도 총수에게 자신의 연봉 대부분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지배하려다보니 돈이 필요해 회사 곳간에서 연봉 방식으로 현금을 빼낸다는 설명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성과와 연동돼 결정되는 게 맞지만 연봉을 법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 비등기임원 등 연봉 공개 폭을 점차 늘여가는 방식이 있어야 경영이 투명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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