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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아직은…

초대형 IT 기업으로 몸집 불린 합병법인 ‘다음카카오’ 출범… 기존 서비스 활용한 신사업은

베일 속에 감춰져 있고, 기업 문화 통합·카카오톡 사찰 논란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등록 2014-10-11 14:44 수정 2020-05-03 04:27
지난 10월1일 오전 서울 소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에서 최세훈(왼쪽)·이석우 공동대표가 다음카카오의 공식 기업이미지(CI)를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지난 10월1일 오전 서울 소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에서 최세훈(왼쪽)·이석우 공동대표가 다음카카오의 공식 기업이미지(CI)를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커넥트 에브리싱”(Connect Everything·모든 것을 연결하다).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몸집을 불린 ‘다음카카오’가 시장을 향해 내놓은 선전포고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는 10월1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병법인인 ‘다음카카오’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지난 5월26일 두 업체가 합병을 선언한 뒤 넉 달 넘게 합병을 위한 실무작업을 벌여온 다음카카오는 새 합병법인의 비전으로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의 리더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의 리더로”

다음카카오의 본격적인 등장은 앞으로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임을 뜻한다. 가입회원만 37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서비스와 국내 2위의 포털 서비스를 제공해온 다음의 ‘화학반응’이 어떤 결과물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도 그런 기대가 반영된 언론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다음카카오 경영진은 갈피를 잡을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앞서 다음카카오 이사회에서는 최세훈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와 이석우 전 카카오 공동대표를 다음카카오의 새 대표로 임명했다. 이른바 ‘공동대표’ 체제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두 공동대표는 카카오 사내에서 직원들이 그러하듯 서로를 영어 이름인 윌리엄(최세훈)과 비노(이석우)로 불렀다. 이 대표는 “통합 작업을 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일상적인 경영에 대해서는 나와 윌리엄에게 넘겼다. 앞으로 조직의 장기 전략 등에 대해 중요한 인사이트를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사회에 참여하지 못한 이재범 전 다음 공동대표는 임원으로 임명해 신사업 추진을 맡기기로 했다.

앞서 카카오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김범수 의장이 다음카카오 출범 뒤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큰 관심사였다. 그는 다음카카오의 출범으로 실질적으로 4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됐다. 두 업체의 합병은 비상장사인 카카오의 주식 1주를 다음에서 발행하는 신주 1.556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실제로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주식의 29.2%를 가지고 있던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지분 22.2%를 확보했으며, 그가 소유한 벤처캐피털업체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분까지 합치면 40%로 지분율이 올라간다. 공동대표 체제 아래에서 김 의장은 경영 일선에서 한발 빠져 있는 것으로 비치지만, 결국 신사업이나 굵직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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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다음카카오 출범에 쏠린 또 다른 시선은 ‘과연 어떤 서비스를 처음 내놓을 것인가’였다. 그러나 출범 기자회견에서 다음카카오는 합병을 통해 제공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원론적 차원으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 공동대표는 다음카카오의 첫 사업을 묻는 질문에 “수십 가지를 준비하고 있지만 전략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걸 다 연결하다보면 굉장히 다양한 연결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인터넷·모바일에서 새로운 가치가 나오는 현상을 보면, 이전에 없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리소스가 나오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가치를 느끼는 것이다.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개념을 포함해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결 비즈니스)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뉴스 유통망 어떻게 재편할까

실제로 카카오나 다음의 서비스는 당장 큰 변화가 없다. 다음카카오는 “다음과 카카오가 제공하던 서비스는 모두 기존 이름 그대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해온 서비스를 활용한 신사업을 내놓을 거라는 예측이 높아지면서, 두 업체가 합병을 발표한 뒤 내놓은 앱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8월 중소 상공인과 카카오톡 가입자를 연결해주는 ‘옐로 아이디’를, 9월에는 간편 결제 시스템인 ‘카카오페이’와 소셜커머스 앱인 ‘카카오픽’, 그리고 뉴스 서비스인 ‘카카오토픽’을 내놓았다. 다음도 지난 7~8월에 블로그 앱인 ‘티스토리 안드로이드앱’, 음악 제공 서비스인 ‘방금 그 곡 안드로이드앱’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중소 사업자 대상 비즈니스 전용 카카오톡 서비스인 ‘옐로 아이디’가 다음 지도와 결합된다면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사업의 예시를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다음카카오의 신사업 가운데 경쟁사인 네이버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뉴스 서비스 분야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다음의 경우,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 꾸준한 투자를 해왔지만 좀처럼 열세를 벗어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이버에서는 뉴스캐스트·뉴스스탠드 등 다양한 뉴스 유통 방식을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다음카카오가 기존 뉴스 유통망을 어떻게 재편할지도 관심사다.

카카오가 지난 9월24일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에 시험용 버전으로 내놓은 ‘카카오토픽’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포털 뉴스 서비스와 달리 사용자의 뉴스 선호도에 따라 편집이 이뤄지는 ‘자동 알고리즘’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네이버·다음 등 기존 포털 사이트에서는 자체 편집을 통해 중요한 뉴스 등을 배치해왔으나, 카카오토픽은 시사·연예·스포츠·여행·음식·패션 등 사용자가 선호하는 특정 주제의 뉴스를 골라 받아볼 수 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신문·통신·잡지와 제휴를 맺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이슈 등도 뉴스 형태로 제공한다. 게다가 카카오토픽에서 제공하는 뉴스를 카카오톡 가입자 사이에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 형성 등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신사업뿐만 아니라 다음카카오의 앞날에는 또 다른 장애물이 남아 있다. 신사업의 성공적인 안착뿐만 아니라, 합병을 통해 기업 내부 문화를 어떻게 통합하느냐도 과제로 풀어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공동대표는 기존 카카오 인력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차단하려 애썼다. 최 공동대표는 통합 과정에 대해 “일반적인 기업의 통합 과정과 달랐다고 생각한다. 주제별로 어떤 통합법인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인지 의논했으며, 그 결정 과정을 전 직원과 공유하고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음카카오의 신규 사업과 지원, 정책 등을 이끌기 위해 10개 팀을 꾸려 움직이고 있다. 그 밖에 다음세대재단 등 다음 차원에서 한 사회공헌 사업도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당장 시장 판도 뒤바꾸기는 어려울 듯

다음카카오는 당장 다음 사옥이 있던 제주(1700여 명)를 본사로 삼고,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새 빌딩을 구하기로 했다. 당분간 법적으로 존속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름도 그대로 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 그리고 정부의 카카오톡 사찰 논란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다음카카오가 시장 판도를 뒤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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