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 뒤 마신 유명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잔은 정규직 노동자가 만든 걸까. 외부 업체가 운영하는 우리 회사 구내식당 조리원 아주머니는 계약직 노동자일까. 멀티플렉스 영화관 매점에서 팝콘을 건네준 종업원은 과연 이 영화관의 직원이 맞는 걸까….
<font size="3">급식·외식 등 서비스업종 기간제·사내하청 만연 </font>‘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처럼 고용형태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기란 쉽지 않다. 좀더 솔직하게, 그럴 만한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의 의지만 있다면 어렴풋이 답을 찾을 수도 있다. 올해부터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고용안정정보망(워크넷)에 해당 기업의 소속 노동자를 정규직, 기간제, 사업장 소속외근로자(사내하청) 등으로 나눠 공시하는 작업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고용노동부가 밝힌 기업별 고용형태공시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기간제·사내하청 노동자를 얼마나 고용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는 광고에서 드러나는 이미지와 다른 기업의 또 다른 ‘민낯’이기도 하다. 은 2947개 공시 대상 업체의 고용형태공시 자료를 훑어봤다. 건설업·경비업 분야는 사내하청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지만,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식음료와 급식·외식 등 다양한 서비스업종에도 기간제·사내하청 등 불안정한 고용이 만연해 있었다.
공시 자료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의 대표적 업체인 스타벅스코리아와 커피빈코리아의 고용형태 차이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직원 5741명 전원이 정규직으로 고용돼 있으며, 사내하청 노동자 14명을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커피빈코리아는 전체 직원 2861명 가운데 약 36%인 1018명이 정규직이고, 나머지 1843명은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는 7명이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정책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모든 직원을 직접 채용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기간제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에 대해 커피빈코리아 관계자는 “공시된 상시근로자 중 기간제 근로자는 각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파트타이머 가운데 상시근로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커피빈코리아의 파트타이머는 영업점에서 고객응대, 매장관리, 청소 등의 업무를 보조한다”고 설명했다. 본사 직영점 형태로 운영하는 스타벅스·커피빈과 달리, 가맹사업자를 모집해 점포를 운영하는 카페베네의 경우 전체 직원 348명 가운데 정규직 299명, 기간제 45명, 기타 4명을 채용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font size="3">외식업종 조리·서빙 인력 사내하청으로 </font>대기업이 진출한 급식·외식 업계에서는 업체별로 고용형태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삼성에버랜드의 FC사업부가 분사해 문을 연 급식·식자재 전문업체인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사내하청의 고용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삼성웰스토리는 전체 직원 2646명의 3.7배가 넘는 9851명을 사내하청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웰스토리 쪽은 사내하청 인원의 대다수는 식자재 유통 업무 직원과 급식 조리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웰스토리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급식소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대형 물류센터 등이 있는데, 전문업체가 사내하청 형태로 고용돼 있다. 또 이른바 ‘지입 차량’으로 직접 식자재를 납품하는 화물인력도 있다. 급식 조리원은 1~2년 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급식 사업의 특성상 업체가 변경되면 인력도 함께 바뀌는 경우가 많아 고용이 유연한 편이라서 이를 감안해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통(현 GS리테일) FS유통사업부에서 시작한 외식·급식 전문업체인 아워홈은 삼성웰스토리와 다르게 기간제 채용이 많았다. 정규직은 3896명인 반면 기간제는 약 1.5배인 5660명, 기타 262명이었으며 사내하청 인원은 2111명이었다. 아워홈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채용할 경우, 급식시설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급식 조리원들이 이를 원하지 않아 본인이 계약직을 선택하고 있다. 급식업체 계약이 바뀌어 철수할 경우 다른 회사가 고용승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내하청의 경우 외식업종에서 조리·서빙 인력을 이런 형식으로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의 외식 브랜드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랜드파크외식사업부본점의 경우, 전체 인원 8028명 가운데 정규직은 12% 수준인 965명으로 나머지 인원은 모두 기간제로 채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식·급식 업계 대기업들은 각자 고용형태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기간제보다 협력업체를 통한 정식 채용이 고용 안정성은 높다. 현장에서도 대우 등의 측면에서 우리 쪽 전문 협력업체가 되는 걸 선호한다. 협력업체가 인력을 많이 고용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어 그럴 때는 직접고용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급식 조리원은 본인이 희망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경비업계에서도 기업마다 차이를 보였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에스원의 경우 정규직(5830명)의 1.8배를 사내하청 등 소속외근로자(1만703명)로 채용하고 있었다. ‘ADT캡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캡스텍에서는 정규직 60명, 기간제 노동자 3500명을 채용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실제 경비업계에는 사내하청 형식의 채용이 일반화돼 있는데, KT그룹에서 운영하는 KT텔레캅에서는 2516명 전원이 정규직이라고 밝혀 차이를 보였다.
<font size="3">아모레퍼시픽 소속외근로자, 정규직의 1.5배 </font>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전체 직원의 약 31% 수준인 8603명을 소속외근로자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홈플러스는 전체 직원의 21%(4517명)가 기간제 노동자였다. 롯데백화점·롯데마트·롯데슈퍼가 함께 있는 롯데쇼핑은 전체 직원 3만1778명 가운데 정규직 2만4548명, 기간제 7230명, 그리고 사내하청 노동자가 1만1114명이었다. 국내 1위의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도 소속외근로자(6800명)가 정규직(4612명)의 1.5배를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도급 관계인 소속외근로자 대부분이 아리따움 등 매장에서 판매 업무를 하거나 공장에서 생산 업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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