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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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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컨설팅은 필수다

첫 마음으로 돌아가는 일부터 내부 결속까지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협동조합 난관 극복 필살기
등록 2013-12-18 14:59 수정 2020-05-03 04:27

협동조합 운영으로 애를 먹고 있는 조합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섣불리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러나 실망하고 포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이다. 전열을 가다듬고 전략만 잘 세운다면 앞으로 협동조합 본연의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릴 터다. 전문가들로부터 난관을 극복할 조언을 들어봤다.

첫 마음으로 돌아가자
조합원들이 애초에 어떤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을 세웠는지 재점검해봐야 한다. 육아든, 주거든, 공동구매든, 판로 확보든 공동의 목표를 조합원들의 마음에 다시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이 첫 단추부터 잘 끼워지지 않는다면 협동조합을 꼭 지속해야 할 필요는 없다. 협동조합은 설립만큼이나 해산도 자유롭다.

생계가 급하면 조합원은 무리다
웬만한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한다. 조합이 수익을 올리더라도 내 출자금이 적으면 배당은 미미하다. 조합 규모가 기업처럼 커지기 전에는 상근직으로 채용되기도 어렵다. 당장의 생계가 어렵다면 조합원에서 탈퇴해 일자리를 구하는 게 낫다.

사업 컨설팅은 필수다
사업의 큰 틀은 반드시 조합원들이 함께 정해야 한다. 조합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작업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상권 분석, 소비자의 욕구 파악 등은 협동조합 사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개인 창업은 망하면 한 명이 손해를 보지만, 협동조합은 망하면 조합원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점을 기억하자.

작은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농산물 공동구매, 주택의 공동소유 등을 통해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의 효용성을 비교적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덕분이다. 사업자·근로자협동조합도 처음부터 큰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작은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재료를 공동구매 하거나 기계를 공동으로 소유하는 식이다. 일단 조합원이 조합의 장점을 느껴봐야 신뢰가 쌓인다.

조합원 차입이 좋다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바라지 않는 게 좋다. 자금이 부족하면 이사회가 조합원들을 설득해 추가 출자를 하거나 회비를 내게 해야 한다. 만약 대출을 받으려면 금융기관보다는 조합원에게서 빌리는 게 낫다. 조합원들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대개 협동조합은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하니, 돈을 꿔주는 조합원에게도 득이 된다.

경영 전문가를 키워라
모든 조합원이 경영에 능통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사업 역량이 있는 조합원을 집중 육성해야 조합의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세무·회계처럼 법인 운영에 필수적인 부문을 담당하는 조합원도 꾸준히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내부 결속이 먼저다
조합의 경제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이 충돌할 때도 있다. 사업자금을 늘리려면 조합원을 확대하면 되지만, 무조건 조합원을 늘리다보면 공동의 목표 의식이 흐려질 수도 있다. 이럴 땐 조합의 내부 결속을 선택한다. 조합의 목적은 사업 성공 자체가 아니다.

선배 협동조합을 활용하자
시행착오를 거치며 협동조합의 생존 노하우를 축적한 선배 협동조합은 가장 훌륭한 멘토다. 조합원 교육이나 사업 컨설팅은 조합 경력 20~30년차인 한살림생협·아이쿱생협 등에서 받는 게 좋다. 이런 선배 협동조합은 신생 협동조합에 중요한 사업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또 선배 협동조합은 기금을 조성해 신생 조합에 빌려주기도 하니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자.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 도움말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김성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
문보경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송문강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이사
오세영 한살림연합 운동기획팀장
윤미래 서울시협동조합상담지원센터 동남권센터장
이상화 한국비즈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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