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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군’ 없는 두 기업의 불행?

CJ와 비슷하게 보수언론과 정치권 집중포화 맞는 네이버
“조·중·동 이해관계에 따른 비판” 지적 속 대책 주목
등록 2013-07-23 17:11 수정 2020-05-03 04:27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NHN과 CJ가 보수 언론으로부터 연일 공격당하고 있다. 보수 언론은 NHN(왼쪽)과 온라인 시장에서, CJ와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박승화, 한겨레 김태형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NHN과 CJ가 보수 언론으로부터 연일 공격당하고 있다. 보수 언론은 NHN(왼쪽)과 온라인 시장에서, CJ와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박승화, 한겨레 김태형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연일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는 지난 7월11일 ‘공정과 상생의 인터넷 산업’이란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대형 포털로 인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리는 일이 많고, 나아가 산업계 씨를 말리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법률로 규제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있어 공개토론회를 하는 것”이라며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명분

보수 성향의 신문들도 잇달아 강도 높은 비판 기사를 쏟아내며 때아닌 네이버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는 7월11~15일 ‘온라인 문어발 재벌 네이버’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내보냈다. 앞서 도 ‘창조경제 발목 잡는 공룡 네이버’ 시리즈를, 도 ‘약탈자 네이버’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의욕적으로 선보였다. 또 ‘온라인갑 네이버 등 포털 개혁 인터넷 경제민주화법 만든다’(), ‘네이버 독식, 법으로 규제해야’() 등의 보도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처럼 네이버 운영업체 NHN이 맞닥뜨린 현재 상황이 지난해부터 CJ가 겪은 상황과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한 채널사업자의 매출액이 유료방송 시장 매출의 33%를 넘을 수 없도록 한 규정을 49%까지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때 보수언론은 ‘CJ에 끌려다니는 방통위’(), ‘유료방송 1위 CJ 특혜… 방통위, 법 개정 추진’() 등 CJ를 정면으로 겨냥한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이 ‘CJ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개정안 통과는 실패했다. 당시 한선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새누리당)은 개정안에 대해 “시행령 개정을 강행할 경우 CJ가 KBS를 넘어서는 거대한 공룡이 된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NHN과 CJ에 대한 공격 논리는 하나로 통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이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거나 규제를 하지 않으면 다른 영세사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CJ의 경우 Mnet, tvN, 채널CGV, OCN 등 22개 채널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4644억원의 매출을 올려 29.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 서비스에서 78.4%의 점유율로 다음(14.8%), 구글(4%) 등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CJ는 시장 제한 점유율인 33.3%에 근접해가고 있다.

두 업체가 해외시장보다는 국내시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비판자들에겐 호재다. CJ는 해외에 콘텐츠를 팔기 위해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 시장점유율 제한이 풀려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이는 한편으론 국내에서 누리는 높은 점유율과 달리 해외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도 된다. 네이버 역시 마찬가지다. NHN은 한때 미국·중국 등에 진출했지만 지지부진한 성과에 자진 철수한 바 있다. 현재 NHN재팬이 모바일메신저 ‘라인’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처지다.

네이버 위세에 힘 못 썼던 조·중·동

이렇다보니 이 업체들은 국내시장에서 별달리 ‘우군’을 찾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국회에서 두 회사를 상대로 한 법률 개정을 논의할 때 이들을 옹호해줄 세력은 드물었다. CJ그룹은 2009년 오리온으로부터 온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종합편성채널(종편),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견제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였던 것이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운영하는 KT나 인터넷TV(IPTV)를 운영하는 사업자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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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보수언론의 이해관계와 대척점에 놓였다는 것도 이들에겐 ‘불행’이다. TV조선·JTBC·채널A 등 조·중·동 신문이 종편을 무기로 유료방송 시장에 진출한 상황에서, 점유율 제한이 사라지면 이 매체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CJ가 콘텐츠 육성을 위해 그동안 공들인 금액만도 수조원에 달하는데다 등 이미 유명세를 탄 프로그램을 통해 광고 매출을 늘리면 종편의 광고 매출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 역시 보수언론과 정반대 쪽에 서 있다. 보수언론들은 신문시장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주요 뉴스가 소비되는 온라인 시장에서는 포털의 위세에 눌려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등이 자사 사이트의 유료화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고는 해도, 우리나라에선 네이버의 아성이 좀체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이사는 “네이버에 대한 비판은 과거부터 있어와서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도 최근 보수언론들이 비판 기사를 내보내는 상황은 결국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관심은 뭇매를 맞고 있는 두 업체가 과연 어떤 대응카드를 꺼낼지로 모인다. 동병상련의 처지답게 두 업체 모두 비슷한 대응에 나설까, 아니면 저마다 다른 길을 걸을까? 이 점에선 그룹 회장 구속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CJ 쪽이 훨씬 다급한 처지다. CJ는 일단 ‘창조경제를 후원한다’는 광고를 내보는 등 박근혜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시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CJ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현재는 그룹 사정으로 인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보수언론과 타협 않겠다?

이에 반해 네이버의 움직임은 조금 다르다. 어쨌거나 실정법을 어긴 상황은 아닌데다, 거래처 역시 국내 이름난 기업들이 아니라 꽃집·치과·택배 등 개인기업 혹은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한 포털 사이트의 이사는 “(일부 언론에서) 부동산중개업을 접는다는 기사가 나와 일부 사업을 접는 수준에서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네이버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 자료를 내놓았다. 결국 (보수언론의 비판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경제부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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