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했다. 최근 주변 지인들이 짬짜미라도 한 듯 하나같이 ‘케이(K)3’ 노래를 불렀다. 막 취업한 남동생도, 직장 3년차 남자인 친구도, 남편이 혼자 차를 차지하는 것에 불만이던 여자인 친구도 K3를 사겠노라고 별렀다. 호기심이 끌어오르던 차에 때마침 시승 기회가 찾아왔다. 그들을 대신해 달려봤다. 지난 9월1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휘닉스파크까지 왕복 100km를 오갔다.
주행 내내 안전하고 묵직한 느낌
‘나쁜 남자’. K3의 첫인상이다. ‘역동적 근육미’를 콘셉트로 한 세단답게 디자인 하나하나가 야성적인 남성을 떠올리게 했다. 그물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단한 코를, 그 옆에 하늘로 치켜올라간 발광다이오드(LED)의 주간주행등(DLR)은 짙은 눈썹을, 헤드램프는 상대를 쏘아보는 날카로운 눈을 닮았다. 차체는 작지만 다부졌다. 쿠페(2인승 차)처럼 지붕이 낮고 매끈해 날렵해 보였다. 화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아반테와 달린 몇 개의 직선만 강조했을 뿐인데 훨씬 더 강렬했다. K3가 공략하는 25~34살 젊은 남성들의 눈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역동적이고 탄탄한 세단의 강점은 주행할 때 빛났다. 준중형차인데도 서스펜션(차체 뼈대)이 견고해 주행 내내 안전하고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가속페달을 힘주어 밟아 시속 180km까지 올려도 흔들림이 적었다. 고속으로 달리며 이리저리 차선을 바꿔보고 속도감 있게 코너를 돌아봐도 통제가 잘돼 불안하지 않았다. 특히 고속주행을 할 때는 스티어링 휠(운전대)을 ‘노멀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니 핸들링이 묵직해져 좀더 안정적이었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선 ‘컴포트 모드’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인데 핸들이 훨씬 가벼워져 편했다. 이 모드에선 평행주차할 때도 힘이 덜 들었다. 전반적으로는 승차감이 단단해 부드러운 느낌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겐 처음엔 불편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다 싶었다.
아반테와 플랫폼을 공유해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가 같다고 했는데 가속 느낌은 전혀 달랐다. 아반테가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느낌이라면, K3는 초기 가속이 좀 느리고 거칠었다. 하지만 뒷심은 K3가 더 좋았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가속이 붙어 나중엔 시원한 가속감을 맛볼 수 있었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를 통해 기어를 수동으로 조정하면 얼마든지 역동적인 속도감을 즐길 수 있었다. 연비는 아쉬웠다. 주행을 마쳤을 때 평균 ℓ당 11km 정도였다. 고속도로와 산길을 오가며 여러 주행 실험을 한 때문인지 최적의 상태에서 측정한 공인 연비 ℓ당 14.5km에는 못 미쳤다.
텔레매틱스 서비스, 동급 첫 적용
남성미 물씬한 세단이지만 운전자를 위한 깨알 같은 배려도 많았다. 운전 중 수시로 목적지를 바꾸는 기자는 동급에선 처음 적용했다는 차세대 텔레매틱스 서비스 ‘UVO’(유보)가 쏙 맘에 들었다. 룸미러에 달린 유보 버튼을 누르자 직원이 응답하더니 내비게이션에 원하는 목적지를 설정해줬다. 여기에 ‘액티브 에코’ 버튼을 누르면 경제적인 운전을 하고 언제든 확인이 가능했다.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살짝만 툭 쳐도 3번 깜빡거리다가 저절로 꺼졌다. 시동을 끄면 시트가 자동으로 뒤로 밀려 운전자가 편하게 내릴 수 있게 하는 신사의 마지막 친절도 빼놓지 않았다.
지인들에게 내려준 결론은 이렇다. 주말마다 산으로 바다로 쏘다니는 남자인 친구와 싱글 탈출을 위해 야성적인 외모 가꾸기에 전념 중인 동생에게는 K3를 추천했다. 여자인 친구에게는 일단 남편과 화해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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