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부문의 금융부채가 무려 937조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금융부채에 포함되지 않는 상거래 신용 51조원과 기타 금융부채를 포함하면 개인 부문 총부채는 996조6천억원에 이른다. 말 그대로 가계부채 1천조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는 2010년 국내총생산(GDP)인 1172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신용소비자 권리장전의 마련</font></font>가계부채가 외형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금융기관 등 신용공여자의 처지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보고 있다. 또 문제를 단순히 사적인 채권·채무 관계로만 규율하려는 전근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용소비자는 오직 채무자로만 취급받아 소비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정보접근권, 부당한 채권 추심 거절권, 사적 비밀과 평온의 자유 등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또 신용소비자는 채권금융기관의 형사 고소와 임금 압류 등의 압박 아래 법이 인정하는 최소한의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금융기관과 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지만, 신용소비자의 도덕적 해이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서민금융 분야의 개혁은 신용소비자보호법제를 정비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용소비자의 권리장전을 마련하고 신용소비자의 방어권, 정보접근권, 새 출발을 위한 권리, 사적 평온과 비밀을 유지할 권리를 광범위하게 인정해 국민이 비정한 금융 현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채무자 우호적인 개인파산제도와 개인회생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또 과중 채무자에게 채무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신용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광범위한 법률 지원을 해야 한다. 신용소비자의 권리를 종합적·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신용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하고,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채권 추심에 대한 신용소비자의 방어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자 제한에 대해서는 선진 각국의 제한금리 수준을 고려해 이자제한법을 개정하고, 제한금리를 연 20% 정도로 낮춰야 한다. 이자제한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대부업체와 여신금융기관도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게 해야 한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이 시급하다. 현재 금융기관의 감독권을 독점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확보를 금융감독의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과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맞설 때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어렵다. 부산저축은행 후순위 채권 판매에서 보듯이, 현재의 금융감독원 시스템으로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확보하려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희생시킬 동기를 막기 어렵다. 이는 국제적인 경향과 배치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으려고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보호와 별도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금융감독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금융감독기구를 개편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업무를 담당할 금융소비자보호청을 설립해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국가 주도의 법·제도 정비 필요해</font></font>자본시장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부적 변수도 고려할 문제다. 이런 변수들이 작용하면 금융시장의 자유, 더 정확하게는 금융기관의 영업 자유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영업 자유가 커질수록 그 상대방인 신용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와 같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신용소비자도 미국 신용소비자와 같은 정도의 법적·제도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데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다.
이헌욱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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