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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상한부터 낮춰야 한다”

사채 피해 무료 상담 나선 서울지방변호사회 오욱환 회장, 공권력의 채무자 보호 정책 강조해
등록 2011-07-07 17:12 수정 2020-05-03 04:26
»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한겨레21 박승화

»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한겨레21 박승화

1천조원 빚의 힘이다.
가계 부채가 기록적인 수준에까지 이르자 변호사들이 나섰다. 전통적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견줘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행보를 하던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가계빚 문제를 이슈화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리대금업을 차단하려고 관련 3개 법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 청원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저소득층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도 6월23일부터 시작했다. 지난 6월22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찾았다. 변호사회관 건물 위로 낮게 깔린 검은 구름은 서울 하늘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구름에서 빗방울도 간간이 떨어졌다.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가계 부채 문제를 두고 “우리 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차가운 칼끝”이라고 강조했다.

<font color="#006699"> 현재 가계 부채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font>
현재 대부업체의 이자 상한 비율이 연 44%다. 이자율이 이런 수준이니, 사채에 손을 대는 것은 구제가 아니다. 파멸이다. 저소득층이 돈을 빌려서 갚을 수 있는 수준에서 이자율이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수준의 금리라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다. 그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여력이 있으면 대부업체에까지 올 이유도 없다. 결국 고리채에 손을 대는 순간 덫에 빠져드는 구조다. 우리 사회가 이를 알고도 방조하고 있다.

<font color="#006699">문제의 실마리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font>
우선 이자율 상한을 낮춰야 한다. 현재 이자 상한 비율인 44%는 너무 높다. 이웃한 일본에서도 이자 상한 비율은 20% 수준이다. 그래서 일본의 대규모 고리대금업체들이 더 비싼 이자율을 찾아 우리나라에까지 오게 됐다. 대부업체의 무분별한 광고도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무등록 대부업체나 추심업체의 불법행위도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 관계법인 공정추심법과 이자제한법, 대부업법의 개정안을 제시하고 입법 청원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font color="#006699">변호사회에서 사채 피해자 무료 상담을 시작했다. </font>
대부분의 사금융 피해자들이 음지에서 입은 피해를 자기 잘못으로만 여기고 있다. 그러니 적극적인 법적 대응까지 나가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극단적 상황에 몰린 사람들이 소송을 통한 권리 회복이나 법적인 자기방어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font color="#006699">현장에서는 불법적인 채권 추심을 당하는 피해자가 많다. </font>
안타깝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대부업체의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불법적인 고리를 미리 피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혹시라도 불법적인 추심을 접하게 되면,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을 녹취하거나 보관해야 한다. 이후 있을 수 있는 법적 분쟁에서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막상 채권 추심업자의 압박과 협박에 시달리다 보면 이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도박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가 수없이 나왔지만, 도박빚은 여전히 많은 이들을 괴롭힌다. 현실에서는 종종 법보다 주먹이 가까울 것이다. 공권력의 적극적인 채무자 보호 정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의 법률 상담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사채 관련 법률 상담 서비스는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건물 1층 민원상담실에서 화·목요일 오후 2~5시에 진행된다. 20여 명의 변호사가 무료법률상담변호사단을 구성해 무료로 자문을 해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대략 한 달 뒤에는 누리집(www.seoulbar.or.kr)을 통해 온라인 상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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