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 연결은 한 번도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 짜증나서 현대카드 못 쓰겠네요.”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의 카페테리아에 설치된 ‘통곡의 벽’에 2월10일 올라온 고객의 소리 한 대목이다. 통곡의 벽은 60개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작은 글씨가 매초 한자 한자 새겨진다. 고객이 고객센터에 전달한 불만의 소리가 매일 130건(현대카드 100건·현대캐피탈 30건)씩 오른다.
욕설까지 고스란히 담겨
지난해 8월 처음 세워진 통곡의 벽에는 욕설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어떤 ××가 50만원 포인트로 처리해준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더니 이자 붙여 먹는다. ×××들아 당장 카드 취소시킬 거야.”
통곡의 벽이 설치된 곳은 직원들이 한 끼당 25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거나 싼값으로 커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테리아다. 안락한 의자와 호텔 뷔페 수준의 음식이 제공되지만 마냥 편할 수만은 없다. 홍보팀 정유진 과장은 “‘점심을 먹다가 통곡의 벽을 보고 체하겠다’는 우스갯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고객만족을 위한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교창 CS실장은 “고객 관점에서 서비스를 이해하려고 불만을 전 직원이 공유하기 위해 통곡의 벽을 설치했다”며 “고객 불만을 공유해야 해결 방법이 나오고 이를 통해 고객만족이 완성될 수 있다. 통곡의 벽은 이런 노력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현대카드는 마케팅·광고 영역에서 혁신적인 방법을 내세워 카드업계 2위까지 급성장했다”며 “이같은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기 위해 다음으로 집중한 것이 고객만족이다”라고 덧붙였다.
고객 불만은 통곡의 벽 외에도 사내 인프라를 통해 직원들에게 바로 전달된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전달된 불만은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사내 인터넷망인 ‘CS포탈’에 실린다. CS포탈에는 그날 고객 불만 접수 상황이 ‘맑음’ ‘구름 조금’ ‘흐림’ ‘비’ ‘번개’ 등 5개의 기상도로 즉시 표시된다. 여기에 정태영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의무적으로 두 달에 한 건씩 직접 고객의 불만을 접수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월 3회에 한해 병원비를 3%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의 경우 처음에는 사용 순서에 따라 할인했다. 하지만 고객은 순서와 무관하게 많은 금액이 들 때 할인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고객 뜻대로 바뀌었다. 카드 결제가 취소되면 다음날에야 확인할 수 있던 것을 실시간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 시작한 것도 고객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변화다. 이같은 개선이 지난해 3천 건에 달한다고 회사 쪽은 밝혔다.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됐다. 이 실장은 “고객의 불만이나 궁금증에 응대하는 것도 상담원 고용 등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라며 “불만에 잘 대응해 또 다른 불만을 사전에 예방하게 되면서 고객 상담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곡의 벽이 설치되기 전인 2010년 7월 고객의 불만 건수가 1만7천여 건이었지만, 5개월 뒤인 12월에는 8600여 건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고객만족, 위험 회피의 큰 요소LG경제연구원의 박정현 책임연구원은 “스타벅스가 최근 로고를 바꾼 데 대해 고객의 불만이 많이 접수되는 것처럼, 소비자는 점점 능동적으로 기업에 각종 요구를 하고 있다”며 “고객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은 기업에 위험 회피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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