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체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사회책임투자가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5월12일 ‘요르단 특수작전 무기전시회’에 전시된 한국산 무기들. 연합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관투자가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사회책임투자(SRI)의 영향을 속속 받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의 재무제표 외에도 환경보호, 인권 존중, 노동권 보장 등 기업의 사회책임경영(CSR) 수준을 투자 기준 가운데 하나로 삼는 것을 뜻한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기금(ABP)을 운영하는 APG자산운용은 세계 각국의 방위산업체 19곳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지난 7월6일 밝혔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기금은 자금 규모가 320조3천억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이다.
APG자산운용이 발표한 투자 기피 기업에는 우리나라의 한화와 풍산이 포함됐다. 한화는 1974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이래 일반 탄약과 미사일, 다연장 로켓 등 특수무기를 생산하고 있다. 풍산 역시 1970년대부터 대공포탄·박격포탄·곡사포탄 등 다양한 종류의 탄약을 생산하고 있다. 한화와 풍산이 해외 투자자의 외면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7년 세계 2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NGPG)이 이들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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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대한민국 공군이 보유한 F16 전투기를 만든 록히드마틴과 제너럴다이내믹스, 텍스트론, 레이시온, 카만 등 미국 10개 기업이 포함됐다. 인도의 타타그룹과 라센앤드토브로를 비롯해 프랑스의 조디악, 중국의 북방공업공사(Norinco), 캐나다의 마젤란에어로스페이스, 싱가포르의 싱테크 등도 투자 대상에서 빠졌다.
APG자산운용이 방위산업체에만 관심을 갖는 건 아니다.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타이어는 APG자산운용과 대화를 해야 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군사독재 체제인 버마에서 지난 2000년부터 가스 개발 공사를 하고 있고, 한국타이어는 2007년부터 3년간 직원 15명이 암이나 심장마비로 숨져 논란이 발생했다. APG자산운용이 최근 발표한 ‘2009 책임투자 보고서’를 보면, APG자산운용은 서울에서 수차례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물론 공동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를 만나 버마의 공사 현황에 대한 질문과 함께 인권보호 준수를 요구했다. 이에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업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줄이기 위한 자체 행동양식을 만들었다. 한국타이어 역시 APG자산운용과 논의를 거쳐 직원들의 정기검진 실시 및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등을 약속했다.
삼성전자 역시 사회책임경영에 소홀하면 해외 투자자로부터 압박받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APG자산운용 등 8곳의 기관투자가는 백혈병 산재 논란과 관련해 최근 삼성에 질의서를 보냈다(812호 이슈추적 ‘외국 투자자들 삼성반도체 백혈병 진상 규명 요구’ 참조).
삼성전자는 7월15일 백혈병 산재 논란이 일고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재조사를 1년 일정으로 7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는데, 삼성 쪽은 이번 조처가 지난 4월15일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 당시 재조사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외국 투자자의 압박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조사에는 미국의 안전보건 컨설팅회사인 인바이론을 비롯해 외국과 한국의 연구진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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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KT&G도 지난 1월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의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지난 1월 담배산업에 대한 전면적 투자 중지를 발표해 KT&G를 포함한 세계 17개 담배회사가 투자 대상에서 빠졌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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