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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상품권’ 환불하다 환장하겠네

유효기간 60일 지나도 원금 90% 환불 가능하지만 절차 까다로워… ‘주인 없는 돈’ 5년 뒤 업체가 챙겨
등록 2010-06-24 22:29 수정 2020-05-03 04:26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60일로 짧고 환불 과정도 번거로워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KT가 최근 선보인 영화예매권과 간식교환권을 결합한 새 모바일 상품권. 한겨레 신소영 기자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60일로 짧고 환불 과정도 번거로워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KT가 최근 선보인 영화예매권과 간식교환권을 결합한 새 모바일 상품권. 한겨레 신소영 기자

유효기간이 60일에 불과한 상품권이 있다. 유효기간이 지나도 원금의 90%까지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게다가 환불받으려고 해도 그 절차가 까다롭다. 환불받지 않은 돈은 나중에 해당 기업이 갖는다.

발신자는 환불 자격 없어

흔히 ‘기프티콘’으로 불리는 모바일 상품권 얘기다. 모바일 상품권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바코드 형태의 쿠폰을 보내면 수신자가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물건으로 교환하는 서비스다.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는 2007년 SK텔레콤 자회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가 처음 뛰어든 이후 2009년 KT 자회사인 KT엠하우스, 올해 통합LG텔레콤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할 수 있는 상품도 음료수에서부터 라면, 커피, 피자, 호텔 숙박권 등 종류가 다양하다.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간단한 축하말과 함께 간편하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 해마다 사용액이 늘고 있다. 하지만 환불 절차는 까다롭고, 그마저도 잘 알려지지 않아 소비자의 원성이 나온다.

영업사원인 김아무개(34)씨는 지난 3월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축하말과 함께 1만9천원짜리 아이스크림케이크 모바일 상품권을 보냈다. 하지만 고객은 상품권을 스팸메일로 생각하고 지워버렸다. 두 달이 지나서야 고객이 기프티콘을 쓰지 않은 것을 알게 된 김씨는 자신이 돈을 결제했으니 돌려받으려고 SK마케팅앤컴퍼니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환불받을 자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고객센터는 “유효기간이 지난 기프티콘 환불은 수신자만이 할 수 있고, 수신자가 직접 환불 요청과 개인 계좌, 예금주, 은행 정보 등을 알려주면 해당 금액의 90%를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1만9천원은 허공에 날아갔다. 90%에 해당하는 1만7100원을 환불받을 수는 있지만, 김씨가 고객에게 ‘직접 모바일 상품권 발급회사에 전화를 걸어 계좌 번호 등을 알려주고 1만7100원을 돌려받으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큰 금액도 아닌데다 환불받는 절차도 까다로워 고객을 번거롭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유효기간이 지나도 수신자는 환불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힘들다. 기업들이 홈페이지나 모바일 상품권에 환불 정책을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SK마케팅앤컴퍼니만 홈페이지에서 환불을 알릴 뿐 KT엠하우스나 통합LG텔레콤은 홈페이지에 들어가봐도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회사원 현아무개(33)씨는 “친구가 선물한 모바일 상품권을 유효기간 안에 쓰지 못해 날려버린 것으로 생각했다”며 “나중에 친구가 알려줘서야 고객센터에 전화해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60일이다. 백화점 상품권이 평균 5년인 데 비해 무척 짧다. 이에 대해 SK마케팅앤컴퍼니 관계자는 “커피, 과자 등 제품 주기가 짧은데다 상품을 생산하는 제휴사의 요청도 있어 60일로 했다”고 설명했다.

환불 정책 왜 알리지 않나

고객의 환불 요청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 방식도 제각각이다. SK마케팅앤컴퍼니와 통합LG텔레콤은 고객이 환불을 요청할 경우 개인 계좌로 원금의 90%를 입금해주는 반면, KT엠하우스는 해당 쿠폰을 재발급해준다.

이처럼 유효기간은 짧고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기업이 가져가는 불로소득이 상당하다. 업계는 지난해 모바일 상품권 매출 330억원 가운데 15%인 50억원이 유효기간이 지나고도 환불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금액은 5년 뒤 발행업체에 ‘낙전수입’으로 돌아간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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